민주노총 총파업 시작 전날인 30일 밤 노동부 상황실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특히 청원경찰 신분으로 묶여 노조설립이 불가능했던 기장과 부기장들은 최근 조종사 신분을 되찾게 되자 29일 노동부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하고 “즉시 허가해주지 않으면 31일 오전6시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다”는 최후통첩을 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이날 밤까지 “한국노총 산하 대한항공노조와 대상이 겹쳐 복수노조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는 문제제기가 있다”며 “신고서 제출 3일 이내에만 허가 여부를 가려주면 되므로 노조의 움직임에 관계없이 충분한 법률검토를 하겠다”는 말만 늘어 놓다가 새벽에 가서야 노조설립을 허용키로 결정했다.이처럼 한가한 대처로 30일 밤부터 파업준비에 들어갔던 조종사들을 제때 복귀시키지 못해 31일 아침 일부 항공기 결항·지연사태가 빚어졌다. 부산행 비행기를 놓친 한 승객은 “노조를 인정해 줄 것이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하든지 아니면 끝까지 해주지 말든지 해야지 왔다갔다 하다가 이런 사태를 맞은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시민을 생각하지 않기는 노사정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위원회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경고하며 그토록 요구해온 노동시간 단축 문제 대해 특위의 명칭과 의제를 놓고 5월 한달간을 허송세월 하다가 대통령이 주5일근무제 긍정검토 의사를 밝히자 30일 오후 부랴부랴 관련 입법을 연내 추진한다는 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민주노총은 “9월 정기국회에서 법 통과를 약속하라”며 31일 총파업을 강행하고야 말았다.
이은호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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