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 일가의 전격적 경영일선 퇴진 발표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등의 표현을 써가며 충격과 함께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재계는 이번 일로 정부내 재벌해체론자들에게 힘이 실리지 않을까 우려하며 몸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삼성 LG SK 등 주요 그룹은 31일 오후 정명예회장 일가의 퇴진발표가 나오자일제히 진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재계 관계자는 “남의 일만은 아니다”며 “현대 일가의 경영일선 퇴진은 현 정부가 주도하는 재벌개혁의 최종목표라고 할 수 있는 ‘재벌해체’압력에 굴복한 것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는 이번 사태를 현대만의 구조적 문제로 국한시켜 재벌해체 여론이 자기 그룹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주요 그룹 가운데 족벌경영 체제에서 자유로운 곳이 몇개나 되느냐”며 “최근 계열사 주식 고가 매입 등 몇몇 그룹이 보여준 구시대적인 행태가 부각된다면 재벌해체 분위기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는 좋지만 기업별로 경영상의 특성이 다른 상황에서 현대 문제를 모든 대기업의 문제와 동일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그룹 관계자도 “오너가 경영일선 용퇴 선언으로 실제 족벌경영이 완전히 사라지겠느냐”며 “실질적으로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기업을 건실하게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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