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유모(27)씨는 저녁 무렵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천장에 박쥐만한 나방들이 떼지어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최근 서울 곳곳에 누르스름한 멸강나방(사진)들이 많이 나타나 시민들을 놀래키고 있다.
멸강나방은 퉁퉁한 몸통과 다 펼쳤 때 크기가 4㎝에 달하는 날개로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주로 중국 황허(黃河)강 유역에 서식하는 이 나방은 봄철 황사나 기류를 타고 한반도로 날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수목원의 변봉규(邊鳳奎) 연구관은 “4월 유난히 심했던 황사를 타고 멸강나방이 떼지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흉물스럽긴 하나 사람들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등 피해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멸강나방은 초본식물과 농작물에 큰 피해를 끼친다. ‘강토를 멸망시킨다(滅疆)’는 뜻의 이름이 붙여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임업연구원은 25일 전국에 멸강나방 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임업연구원 신상철(申相澈) 연구관은 “성충의 알이 애벌레가 되는 6월 초부터 피해가 예상된다”며 “애벌레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식물의 잎을 갉아 먹기 때문에 잔디, 벼, 옥수수 등의 피해가 크므로 디프수화제 등 살충제를 뿌려줄 것”을 당부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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