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2차 세계대전 중 잔악한 생체실험으로 악명높았던 일본 관동군 731부대 시설에 대해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에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 중이다. 731 부대 유적이 세계 유산으로 등록되면 일본 히로시마(廣島)의 원폭돔과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이어 세번째로 전쟁 관련 기록물이 된다.31일 일본 교도(共同)통신과 아사히(朝日) 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달초부터 중일전쟁 당시 구 일본군이 세균무기개발을 위해 한국·중국·러시아·미국인 포로 등을 상대로 인체실험을 자행했던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시 교외의 일본관동군방역급수부(關東軍防疫給水部·731부대) 본부 소재지를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에 등록하기 위해 본격적인 복원공사에 들어갔다.
이는 3,000여명을 ‘마루타(丸太)’ 생체 실험으로 살해, 세계 전쟁사상 최대의 세균실험을 자행했던 이 부대의 범죄를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중국의 애국교육에도 보탬이 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당시 부대장이던 이시이 시로(石井四郞)의 이름을 따 ‘이시이부대’로 통한 731부대의 실상은 1995년 소속 부대원들의 만행 증언, 일본 법원의 교과서 삭제 금지 판결, 미국 정부의 재확인 등을 거치면서 ‘아시아판 홀로코스트’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731부대가 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 일본군의 잔학행위가 국제적으로 공인받아 현재 진행중인 피해 배상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측 피해 가족 100여명은 1997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도쿄(東京) 법원에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증거 보강 등을 이유로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중국측이 계획 중인 세계문화유산 등록 대상은 ‘중국침략 일본군 제731부대 범죄 진열관’(侵華日軍第七三一部隊罪證陳列館)이 관리하는 부대 본부터 등 23개시설. 중국 정부는 중학교 교사로 사용중인 본부 건물, 잔해가 사라진 특수감옥과 지하 통로 등에 대해 보수 및 복원 공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세계문화유산의 등록조건에 맞추기 위해 주변 24만8,00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구역내에 있는 공장및 주택을 철거할 예정이다.
중국측은 총비용 1억위안(약 130억원)을 국가, 성(省), 시(市)로부터 갹출하는 외에 국내외의 기부금을 받아들여 4-5년후에 작업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김성민(金成民) 진열관 부관장은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설의 보존은 중국과 일본 양국민 공통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민간단체인 ‘731부대 유적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국민연락회’ 소속 회원들은 30일 현장을 방문, 일본내에서의 모금 활동을 펼쳐나가기로 약속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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