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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딸 애가 봐요‥울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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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딸 애가 봐요‥울지 말아요"

입력
200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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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급해 벌써 떼어냈는지…”퇴근한 남편은 딸의 사진 액자가 사라진 벽면을 바라보며 혼잣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짐짓 “벌써부터 그래 가지고 예식장에는 어떻게 들어갈 수 있겠수”라고 면박을 주었다.

이때까지 속한번 썩이지 않고 곱게 자란 딸 아이. 그런 아이가 스물다섯이 돼 훌쩍 시집을 간다니 우리 부부도 그만큼 늙은 것이리라. 유난히 정이 많은 딸은 아이들과 지내는 것이 재미있다며 유치원 선생님이 되었다. 저희끼리 연애하면서도 요즘 신세대처럼 표도 내지 않는 가운데 잘도 사랑을 일궈왔다. 부모를 위하는 마음 씀씀이도 고와 혼수품도 필요한 것만 준비하고 살림 늘려가는 재미로 살겠다고 했다.

그런 딸 아이를 보내기로 한 나는 불현듯 옛날로 돌아가 추억을 더듬고 있었다. 전북 남원 지리산 줄기 아래 전교생이 300명이던 작은 초등학교. 나는 그곳에서 줄곧 1, 2등을 다투었고 부반장을 했다. 반장인 남자 친구와는 학급 일을 함께 하기도 했는데 아이들은 그런 우리 둘을 시샘하여 연애한다는 소문을 내기도 했다. 그 말이 씨가 돼 나는 훗날 많은 동창생을 물리치고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시댁 어른을 비롯한 주위에서는 왜 하필 몸도 성치않는 소아마비 장애자냐며 반대했다. 하지만 남편은 불같은 사랑으로 나를 감싸주었다. 그래서 나는 평소 딸 아이도 더도, 덜도 말고 남편같은 사람만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결혼식 전날밤 친척들이 모인 가운데 남편과 딸은 나란히 손잡고 행진하는 연습을 했다. 그때 남편은 미리부터 눈물이 날 것 같다며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결혼식 날 결국 눈물을 흘리느라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는 손수건을 쥐어주면서 “아이가 봐요”라며 태연한 척 했다. 하지만 예식장 단상의 딸의 얼굴에도 검정 눈물이 얼룩져 내렸고 내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신혼여행을 떠나 보내고 집에 돌아온 남편은 급기야 대성통곡을 했다. 말은 안했지만 아들이 없어 더욱 외로움이 북받쳤는지 모른다. 나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딸과 사위에게 어서 손주를 낳으라고 독촉했다.

/김해숙 경기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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