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8일 열차편으로 베이징(北京)을 비공식 방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는 12일부터 2박3일간 일정으로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불과 15일 앞둔 시점의 돌연한 행차다. 그의 갑작스런 중국방문에 쏠리는 내외의 관심은 그래서 지대하다. 그는 장쩌민(江澤民)주석과 회담을 갖고 남북 정상회담과 북·중간의 최고 지도자 교류문제 등에 관해 장시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유감스럽게도 중국정부는 이를 공식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83년과 87년 두차례 방문했을 때도 중국은 같은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중국은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배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우리가 김 위원장을 맞은 중국이 어떤 협의를 주고 받았을 것인가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까지 사실확인은 못했지만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아래 김 위원장의 중국방문 의미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체적인 시각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통 혈맹으로서 중국의 지원과 조언을 얻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아울러 당면한 현안인 대미, 대일수교를 위해 중국측의 경험을 전수받으려는 뜻도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남북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미국·일본·중국·러시아등 주변 4강의 움직임이 급한 물살을 타고 있다. 이럴 때일 수록 우리에게는 보다 성숙한 외교력이 요구된다.
김대중대통령도 오는 8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총리 장례식에 참석한다. 역시 조문차 참석하는 클린턴 미 대통령 등과 한·미·일 연쇄 정상회담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앞서 클린턴은 4, 5일에 모스크바를 방문,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의 핵개발 억제방안 등 한반도문제도 중심의제의 하나일 것이 분명하다. 클린턴은 지난 28일엔 장쩌민 주석과 전화통화를 해 한반도 안정을 위해 상호협력하기로 다짐한 바도 있다.
한반도 주변 4강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처럼 부산한 것은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놓치지 않으려는 경쟁적 몸짓으로도 볼 수 있다.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이 국제 외교무대의 중심현안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국제 외교전의 전개와 진전이 치열할 수록 우리는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우리의 주체적 역량으로 싹을 틔운 정상회담의 성공적 결실을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4강과 이룬 공조의 틀이 바탕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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