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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상국가전략 간담회/"신통상국가전략은 선택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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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상국가전략 간담회/"신통상국가전략은 선택아닌 필수"

입력
200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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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신통상 국가’선언에 대해 각계의 관심이 높다. 이 선언은 우리 경제의 기본틀을 바꾸자는 의도를 담은 국가 전략의 대 전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중심의 경제구조, 저임을 바탕으로 한 임가공경제의 틀을 작지만 강한 나라, 물류와 금융의 중심축(허브)으로 전환하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아젠다’라는 것이다.하지만 신통상국가 선언에 대한 논의가 정치(精緻)한 개념정립과 구체적인 방법론이 결여된 채 여전히 모호하고 추상적인‘담화(談話)’의 수준에 머무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세계화 전략’등 기존의 목표와 혼동되기도 하고, 단순한 ‘수사(修辭)’일 뿐이라는 폄하성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신통상국가의 개념을 확인하고 바람직한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 재계, 연구기관 관계자를 초청, ‘신통상국가 전략에 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편집자주

정숭호 부국장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오차관께서 개방형 신통상국가가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인 정의부터 해주시겠습니까.

▲오영교 차관 한 마디로 상품과 사람, 돈, 기술, 정보에 대한 담장을 허물자는 것입니다. 그간 우리의 통상개방은, 우리 스스로 원했든 원치 않았던, 상품 등 재화의 문호개방에 국한되고 국가적 산업비전도 가공무역기지화로 이해된 측면이 강합니다. 이제는 재화 뿐 아니라 서비스와 자본, 기술, 인력 등 모든 생산요소가 거리낌없이 들고 나는 중심경제권, 즉 국제적인 비즈니스센터로서 변신해 우리나라를 세계 기업의 중심적 활동무대로 탈바꿈시키자는 것입니다.

▲정 부국장 = 21세기 개방화시대라는 관점에서 보면 신통상국가의 개념은 특별히 새롭거나 참신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굳이 이 시점에서 신통상전략이 부각되는 배경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오 차관 = 그렇습니다. 그간 우리 정부는 통상은 물론이고 제 분야에 걸쳐 개방을 위한 다각도의 정책과 노력을 펴왔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의 판단이 아닌, 고객(예를 들어 외국기업)의 입장에서 현실을 보면 그간 우리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의 자동차나 선박 통상마찰도 한 예가 될 것입니다. 개방경제를 위한 제도정비 등 인프라의 하드웨어 뿐 아니라 국민적 개방의식 고취와 외국어교육 활성화 등 소프트웨어까지 총체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신통상전략을 전혀 새로운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한 마디로 21세기 지식국가로서의 통상전략이라고 보면 됩니다. 기존의 상품을 중심으로 한 수출 지상주의와 미국·일본 일변도의 벤치마킹 전략에서 탈피해 지식집약화 전략을 토대로 아일랜드나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 ‘작지만 강한 국가’의 국가전략을 벤치마킹하자는 것이지요.

▲ 정 부국장 그렇다면 90년대 중반에 국가경영이념으로 제시된 ‘세계화 전략’과는 어떤 점이 다른 것인가요.

▲ 오 차관 세계화전략은 국내경제의 틀과 제도를 국제적 표준에 맞추면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즉 우리나라와 같은 작은 나라의 생존과 번영전략이 결여된 채 우리 경제를 세계 경제에 편입, 통합시키려는 도식적인 정책전환이었던 셈이지요. 당연히 제도와 정책, 심지어 전략까지도 미국경제를 벤치마킹했고 경제대국이 주도하는 보편적 국제규범에 수동적으로 적응하기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개방형 신통상국가는 우리의 지경·지정학적 처지가 유사한 나라를 벤치마킹하여 과연 어떻게 하면 개방경제를 유지하면서 국가 생존과 번영을 추구할 수 있을 지, 그 노하우를 흡수하자는 것입니다. 먼저 예를 든 이들 국가는 세계 경제 통합에 따른 상호의존성이 가속화하는 가운데서도 독자적인 경쟁력 모델에 입각한 생존전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정 부국장 하지만 그들 국가와 우리의 환경·경험이 다르지 않습니까.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다르고, 오랜 중상주의 역사를 지닌 서구 국가와도 다른데요. 차전무께서 개방형 신통상국가 전략의 필요성과 함께 설명해주시겠습니까.

▲ 차재윤 전무 냉전시대 우리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경제권의 벽에 갇혀 서방경제권의 변두리에 머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즉 일본과 미국을 포함한 열강의 한 복판에 서게 된 것입니다. 무역환경도 물론 달라졌구요. 이제 제조업 중심의 상품교역만으로는 이미 한계상황입니다.

게다가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가격경쟁력마저 비교우위를 잃었습니다. 정보나 금융 서비스 등 제3의 업종과 조화와 발전을 통한 시너지전략이 필요합니다. 인프라도 마찬가지이구요. 그들 국가와 배후 여건이 다르고 역사적 경험도 다르지만 그들 국가를 통해서 필요한 것을 흡수하는 것이 우리의 독자적 성장모델을 찾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 부국장 최근에 산업자원부와 산업연구원이 주축이 돼서 서구 통상강국들을 다녀오신 것으로 압니다. 구체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할 것들이 무엇이며 우리 현실에 맞게 추진해야 할 시급한 숙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 오 차관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무역과 투자 산업 R&D 등 비즈니스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투명한 법·제도는 물론이고 무역인프라도 확충해야 하고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사후관리체제도 정비해야 합니다. 특히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자녀를 가르치고 편하게 생활할 수있는 제반 환경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지경학적인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부산·광양을 동북아의 중심(HUB)항만으로, 영종도를 중심공항으로 육성하는 등 관광과 E-비즈니스 등을 포괄하는 중심국가를 건설하고 우리기업과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 투자할 수있는 지원책도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 신황호 회장 신통상전략이 성공하려면 정책적인 접근보다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거시적 시각이 아닌 미시적 시각이 중요한 것이지요. 예를 들어 차전무께서 말씀하신 인프라의 경우도 우리는 인프라 확장이라는 정책적인 관점에 촛점을 맞춰 정작 중요한 인프라 관리에는 소홀합니다.

선진국의 인프라 운용관리 시스템을 배우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인천국제공항 물류센터의 부대시설을 보더라도 항공운송 부스간 통로가 마련되지 않은 점 등 허술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또 이러한 광범위한 국가적 아젠다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기구 형태의 주체가 필요합니다. 범 부처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행정기획단 형태의 추진체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 오 차관 그렇기는 하지만 지금도 너무 많아서…(모두 웃음). 정책당국의 강력한 의지만 뒷받침된다면 현존 조직과 기구로도 가능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나 경제정책 조정회의도 있지 않습니까. 신통상 전략은 그간 정부 각 부처가 추진해왔던 개방화정책을 하나의 컨셉으로 묶는 것으로 이해돼야 합니다.

즉 21세기 지식사회를 맞아 지식국가로서의 통상전략을 수립·추진하자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교육부가 추진하는 외국어교육과 신통상전략이 요구하는 전국민의 외국어교육과 크게 상충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정 부국장 하지만 신통상 전략이 교육이나 노동, 문화 등 거의 모든 부처가 관련된 국가 시스템 개혁전략인 점을 감안하면 어떠한 형태로든 강력한 모멘텀이 주어져야 할 텐데요.

▲ 오 차관 문제는 범국가적인 인식의 전환일 것입니다. 기존의 정책시스템 속에서 논의가 된다면 ‘새롭게 해보자’는 분위기로 나아가기 힘든 측면도 있죠. 부처들이 개별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우선순위나 선택에서 밀리는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예를 들어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해서 의지를 보이고 정책의 중심에 신통상국가를 둘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입니다.

▲정 부국장 (웃으며) 일각에서는 이번 아젠다 선정이 최근의 경제적 불안에 대한 무마용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즉 정부가 우리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또 하나의 이벤트를 내세운 것이라는 의미지요.

▲오 차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무역협회가 제기한 ‘신무역전략’도 비슷한 컨셉일 뿐 아니라 남해안 관광벨트나 동북아 물류중심지화 전략 등 여러 기관이 제기한 아이디어도 같은 맥락입니다. 특히 현 시점에서 신통상국가론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번에 실사단이 다녀 온 국가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중국 포동지구 등은 10년 전부터 외국기업 유치를 통한 비즈니스 중심 전략을 추진중이지 않습니까. 아시아 중심국가는 우리 뿐 아니라 싱가포르나 홍콩, 포동 등이 서로 경쟁하고 있는 목표입니다.

▲ 정 부국장 논점을 조금 돌려보죠. 조만간 휴전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립니다. 한반도 긴장완화가 신통상국가 추진에 상당히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할 것 같은데요.

▲ 오 차관 물론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은 신통상국가 추진에 결정적인 요소였습니다. 그간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교류단절로 반도국가로서의 지경학적인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실제로는 섬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물류분야를 예로 들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남북한 철도·도로, 부산과 인천 광양항을 통한 해운, 영종도공항을 통한 항공운송 등 비로소 완전한 의미의 복합물류가 가능해집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이 유럽의 물류중심지가 된 것도 유럽내륙으로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육상운송망의 도움이 크지 않습니까. 이와함께 외국자본및 기업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국방비 절감과 북한의 풍부한 관광자원 활용의 기회이기도 하겠지요.

▲ 정 부국장 개방형 통상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 뿐 아니라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절대적일 텐데요.

▲ 신 회장 당장에는 전국민이 영어를 모국어처럼 쓸 수 있도록 돼야 합니다. 선택적인 제2외국어가 아니라 사실상의 제2공용어가 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교원 확충이나 외국인학교 증설, 영어방송 확대 등 외국어교육 정책의 절대적인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심의를 끝낸 7차교육과정 교과서 편제는 상당히 고무적인 변화입니다. 이와 함께 타문화에 대해 여전히 폐쇄적이고 비탄력적인 국민의식 개혁도 중요합니다.

▲ 정 부국장 오차관께서도 말씀하셨지만 개방형 신통상국가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정부와 사회가 전략적인 방향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과거의 예에서 보듯 신통상국가 전략 역시 취지와는 달리 단순한 정치적인 레토릭이나 이벤트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논의에서 부분적으로 지적됐듯이 구체적인 방법론과 정책수립및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소모적인 논쟁을 최소화하고 민·관이 협력해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풍토와 국가적인 정책드라이브가 필요할 것입니다.

사회: 정숭호(鄭崇鎬)한국일보경제부국장

일시: 5월31일. 장소: 서울플라자호텔

정리=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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