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P여고에서는 때아닌 ‘가방 전쟁’이 한창이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있는 ‘프라다’가방 사용을 학교측이 금지한 때문.학생들의 ‘항의성 제보’에 따르면 학교측은 학기초에 이 가방의 소지를 금지한 뒤 일방적으로 압수하기 시작, “개인 재산을 학교가 무슨 권리로 빼앗느냐”는 반발을 사고있다. 학생들 사이엔 학교창고에 쌓여있는 수백개 ‘압수품’이 조만간 불태워질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마저 돌고있다.
프라다 가방 진품은 65만원을 호가하는 이탈리아 고급브랜드지만 학생들이 메고 다니는 것은 대개 동대문 의류상가 일대에서 2만원 안팎에 구입한 모조품. 하지만 진품을 압수당한 학생도 있다는 후문이다.
일부 학생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큰 가방안에 프라다 가방을 넣어다니거나 지하철 코인박스에 가방을 넣어둔 뒤 방과후 바꿔 메기까지 한다는 것.
학생들이 이 가방에 집착하는 것은 전형적인 ‘또래의식’. 1학년 김모(15)양은 “남들이 다 갖고있는데 나만 없으면 창피하다”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왜 학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렸다.
학교측도 할 말은 있다. ‘교복에 어울리지 않고 사치풍조를 조장한다’는 게 첫번째 이유고 ‘그 가방을 갖고다니는 학생들 대부분이 담배나 화장품을 지니고 있다’는 게 두번째 이유. 빼앗은 가방을 돌려주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불태워버릴 생각은 없다고 했다.
소비적 유행을 우르르 쫓아다니는 학생들의 몰개성적 풍조도 답답하지만, 권위적 단순논리에 마냥 집착하는 학교측의 모습도 그다지 교육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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