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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父子퇴진' 현대경영권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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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父子퇴진' 현대경영권 어디로

입력
200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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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 등 현대 3부자가 퇴진한 이후 현대그룹의 경영권 향방은 어떻게 될까.우선 황제경영의 상징인물로 여겨진 ‘왕회장(정주영 명예회장)’부자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대주주로서 권한과 책임만 행사하고 그룹 및 자동차경영은 전문경영인체제로 탈바꿈하게 됐다. 또 자동차 중공업 전자 건설 금융 및 서비스의 5개 소그룹을 2003년까지 계열분리하는 작업도 한층 탄력이 붙어 조기에 단행될 전망이다.

관심의 초점은 왕회장의 거취. 현대 김재수(金在洙) 구조조정본부장은 이날 자구계획 발표에서 “왕회장이 모든 계열사 이사직을 포기한다”고 강조했다. 왕회장은 최근 건설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건설 대표이사, 중공업 및 현대아산 3개사의 이사직을 내놓은 채 자동차주식을 취득해 대주주로서의 책임과 권한만 행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시장의 퇴진압력에 강력 반발해온 그는그룹이 벼랑에 몰리자 백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헌 그룹회장, 정몽구 자동차회장의 퇴진도 충격적이다. 지난 3월 형(정몽구 회장)과 ‘왕자의 난’까지 벌여 어렵게 대권을 쟁취했던 정몽헌 회장은 건설의 유동성위기로 촉발된 그룹 자금위기란 거대한 암초를 만나 3개월만에 경영권을 내놓게 됐다. 왕회장은 다만 그가 남북경협사업에 전념하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왕회장의 지시로 이루어진 현대의 자구계획 발표는 정몽헌 회장에게 사전 통보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것이어서 앞으로 몽헌회장이 강력 반발할 경우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세계 10대 메이커 청사진을 실현하기위해 전력투구해온 정몽구 회장도 자동차경영권을 외국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주게 됐다. 자동차는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해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선진 자동차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생존의 길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그룹해체 앞당겨진다 현대는 오너들의 경영권 포기로 그룹해체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자동차는 이미 6월까지 그룹에서 분리하기 위한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룹은 자동차 외에 중공업·건설·금융및 서비스·전자의 나머지 4개 소그룹도 2003년까지 완전분리해 느슨한 형태의 연방제 공화국스타일로 개편한다는 방침을 밝혀왔지만 오너들의 퇴진으로 분리작업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재계는 현대오너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을 계기로 핵분열이 가속화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오너들의 퇴진은 유동성위기로 촉발된 그룹위기를 넘기기위한 한시적 포석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 현대투신사태, 건설의 자금 난등으로 건곤일척의 위기에 몰린 현대오너들이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식의 퇴진카드를 던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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