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극 무대는 셰익스피어와의 사랑에 빠졌다. 상설 무대, 초연 무대, 외국 극단 초청 무대가 모두 셰익스피어 읽기 시합이다.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 뿐이랴.특히 이번 셰익스피어 태풍은 본토에서 곧장 불어 닥친다. 121년 역사의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처음으로 내한해 펼치는 ‘말괄량이 길들이기’. 그러나 엘리자베스 시대의 희미한 유물이라곤 기껏해야 영국식 발음의 영어뿐.
극단 연출가 린지 포스터는 무대를 20세기 도시의 호프집(Pub)으로 옮겼다. 배경은 인터넷. 술이 취해 포르노 사이트에 접속하려다 실패한 슬라이가 우연히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 사이트를 찾아 내면서 무대에는 엘리자베스 시대와 첨단 미디어가 자연스레 혼용된다.
99년 10월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초연, 호평 받았던 그대로 재현되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어디에 비길 수 없는 선물. 현지에서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살아나고 있는가를 명백히 보여 줄 자리다. 모니카 돌란, 스튜어트 맥콰리 등 출연. 6월 6-10일 오후 8시, 토 오후 3시 7시. (02)2005-0114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의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는 국내 셰익스피어 공연사에 새 기록을 하나 수립할 작품. 한국 초연. 강단에서는 외면당해 온 초기 작품, 그 악마적 내용 때문에 T.S. 엘리어트가 “이것은 셰익스피어작이 아니다”며 팽개쳤던 작품, 엉성한 캐릭터, 폭력과 잔인함으로 얼룩진 작품. 그러나 당대 엘리자베스 시대 관객들에게는 그 어느 작품보다 인기 있었다.
21명의 아들을 전쟁터에 바친 로마의 영웅 앤드러니커스 장군을 둘러싼 권력 쟁투를 그렸다. 사지절단, 혀 절단마저도 성에 안 차, 원수의 아들을 죽여 파이로 굽는다. 호러 무비 뺨치는 극적 상상력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인간의 이성과 본능을 파고들던 셰익스피어의 분투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악마적인 레이디 맥베스, ‘오델로’의 악인 이아고 등 악의 꽃들이 원형으로 존재한다. 6월 1-3일까지 크누아 예술극장. 이인수 역·각색, 서충식 연출, 변현석 김선애 김희정 등 출연. 목-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3시 7시 30분. (02)958-2696
지난 98년 셰익스피어 작품의 탈장르적 부활을 목표로 내세워 돛을 올린 셰익스피어 상설무대(대표 김탄일)의 항해는 지금 극단 그림연극의 ‘막베스-맥베드’까지 와 있다(6월 4일까지). 이어 6-18일 극단 여기의 ‘광부 리어-리어왕’, 20-7월 2일 극단 반의 ‘몽중몽-햄릿’으로 상반기를 맺는다. 월-금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7시. 소극장 리듬공간. (02)711-2435
또 극단 원형무대는 권력과 물욕에 미쳐버린 인간의 모습을 배우들의 원초적 육체 언어로써 담아 내는 ‘리어왕’을 공연중이다. 6월 11일까지 대학로극장. 화-금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02)762-0810. 한편 극단 동·시대는 광기와 파국의 오델로와 데스데모나, 악인 이아고를 추상적 무대에 이입시킨 ‘오델로, 오델로’를 공연중. 6월 11-17일 활인소극장.오유경 연출,서상원 오혜연 등 출연. 월-금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30분 7시 30분.(02)927-6387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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