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게 즐겁습니다. 그들의 미소엔 거짓이 없죠.”장애인 공동체가정인 대구 남구 대명동 ‘밝은 내일회’(회장 최창현·崔昌鉉·35)를 이끌고 있는 자원봉사자 이경자(李景子·25·여)씨는 뇌성마비 장애인에게는 ‘대모’로 통한다. 결혼을 미루면서 5년을 하루같이 1급장애인과 먹고 자며 그들의 손과 발 노릇을 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가 돌봐 ‘독립’시킨 장애인은 모두 13명. 현재 내일회의 식구인 최회장 등 30대 뇌성마비 장애인 2명은 식사와 세수, 옷입기, 화장실에 가는 것까지 모두 그에게 의지하고 있다. 물론 생활비마련도 그의 몫이다.
그는 또 지난해 5월에는 장애인을 위한 ‘늘푸른 학교’도 열어 장애인 6명에게 초등학생 과정의 특수교육도 도맡고 있다.
이씨가 무료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것은 최회장과 처음 만난 1995년. 당시 대구대 특수교육과 2학년이던 이씨는 같은해 3월께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공던지기 경기인 ‘보치아’강습회에 갔다가 “30년만에 처음 집밖에 나왔다”는 최씨의 말에 충격을 받고 그들의 손발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씨는 96년 최씨와 새해 첫날 ‘밝은 내일회’를 만들어 장애인을 위한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봉사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중증장애인 한 명을 돌보는데 건장한 남자 두명이 매달려야 하는 중노동인데도 그는 한꺼번에 여섯명을 돌보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수업시간에 졸기도 일쑤였던 그가 99년 2월 무사히 졸업한 것이 신기할 정도다.
전세금이 없어 지하실 단칸방에서 월세로 내일회를 운영하던 그는 98년 대구 남구청의 도움으로 현재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지금도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군밤과 아이스크림장사로 빠듯이 생활하는 그는 IMF후 매출이 떨어져 선풍기 한대없이 찜통더위를 견뎌야하고 겨울에는 이불 한장으로 추위와 싸워야한다.
그러나 이씨의 생활이 고되지만은 않다. 그를 거쳐간 장애인중 운전업과 공공근로 등 여러 분야서 재활에 성공한 것을 지켜보면 흥이 절로 난다. 뇌성마비환자인 최회장도 지난해 휠체어 국토종단에 이어 7월말 미국대륙 5,000㎞ 횡단에 도전하는 등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그의 주변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이씨는 “장애인들이 더 소중하기 때문에 아직은 결혼할 계획이 없다”며 “이제는 부모님과 주위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어 더욱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정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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