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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게시판/'국악 지킴이' 노재명 찬소리음반사전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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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게시판/'국악 지킴이' 노재명 찬소리음반사전 펴내

입력
2000.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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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명창 녹음 전부 담았어요"전공자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가진 것이라곤 열정밖에 없는 한 청년이 15년간 녹음·영상물·악기·고문헌 등 국악 자료 3만 점을 모았다. 고물상을 뒤져 옛 음반을 구하고, 목록을 정리하고, 전국 어디든지 밤낮으로 명인명창을 찾아가 그들의 국악 인생 증언을 들었다.

그동안 인터뷰한 명인명창이 300명쯤 될까. 스무 번, 서른 번씩 만난 사람도 여럿이니 횟수로 치면 1,000번 가까이 될 것이다.

자칭 ‘국악환자’ 노재명(31·국악기록보존연구소장)씨는 그렇게 살아왔다. 글을 쓰고, 카메라와 캠코더, 사진기를 든 채 국악인과 국악 현장을 찾아가 기록하고, 200여 장의 국악 음반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다. 사라져가는 국악의 자취를 보존하고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일념으로 이 일에 매달리고 있다.

그동안 모은 것을 정리해 ‘20세기 국악 100년 자료집’을 내리라 작정하고, 5월 말 제 1권 ‘판소리음반사전’(이즈뮤직 발행)을 펴냈다. 판소리·단가·창극 분야 녹음을 인명·연대별로 정리한 목록집이다.

단가 명창 160여 명과 판소리 명창 350여 명의 음반, 창극 녹음 120종을 비롯해 육성증언·방송자료·공연실황까지 20세기에 이뤄진 판소리 녹음의 거의 전부가 목록으로 완성됐다. 자료집 시리즈는 올해 안에 명창 박록주 평전, 민속기악음반사전을 더 내고 이후 민요, 정악, 종교음악, 창작음악 분야로 이어진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감상실을 갖춘 국악음반박물관도 차리기로 했다. 우선 인터넷에 사이버 국악음반박물관(

http://hearkorea.com)을

열었다. 현실 공간의 박물관은 20평 규모로 11월께 문을 열 계획이다.

그의 ‘국악 사랑’ 병력은 고교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록과 재즈음악에 미쳐 서울 황학동 고물시장으로 중고판을 사러갔다가 아무도 거들떠 보지않는 국악 고음반을 만난다. 저것도 한 번 들어볼까. 그게 시작이었다. 푹 빠져버렸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국악을 듣고 저승 사람이 된 옛 명인명창을 그리다못해 꿈 속에서 만날 만큼 병이 깊어졌다.

그러나 취미로 그칠 줄 알았지 평생 업이 될 줄은 몰랐다. 왜 이토록 매달리는가. 그는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라져가는 호랑이의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 음반과 기록이 남아야 나중에라도 복원이 가능할 것 아닌가.”

책 펴내는 건 힘들었다. 그래서 스스로 위안받고 싶다는 생각에 기념공연을 준비했다. 성우향, 최승희, 박송희의 판소리 3명창을 초청해 6월 2일(금)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소리판을 벌인다. 평소 좋아하던 명창들이고 요새는 듣기 힘들어진 고제 소리를 하는 이들이다.

고제는 판소리의 옛날 스타일을 가리키는 것으로, 꾸밈없이 담백하고 거뜬거뜬하며 자연스럽다. 일제시대 5명창 시절만 해도 살아있던 그 소리들이 지금은 변질되고 거의 다 사라져버렸다. 세련되고 예쁜 것만 찾는 요즘 취향에 따라 요즘 소리꾼은 판소리를 서양 오페라 아리아 부르듯 하고 이리 저리 양념치고 멋 부리느라 느리게 부르는 게 일반화했다.

텁텁하고 투박하지만 깊은 맛을 지닌 고제는 이제 멸종 지경이 되었다. 고제의 우람한 소리 법통을 지닌 대가들이 한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공연은 개인 출판기념회 이상의 가치가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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