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의 재편움직임이 뚜렷하다.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은 후발업체, 2위기업들과의 차별화에 나섰고 기술력은 있으나 자본이 부족한 기업들은 자본확충을 1차 목표로 내핍에 들어갔다.이 과정에서 벤처인력들의 이동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벤처캐피털등 투자사들은 ‘될성부른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쪽으로 투자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나스닥 폭락과 함께 일기 시작한 벤처업계의 새로운 변화는 국내 벤처업계에 옥석가리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30일 벤처캐피털 업계 등에 따르면 벤처기업에 대한 신규투자와 추가자금 지원이 업종별로 1-2개 업체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테헤란로에서 활동중인 기업은행 벤처투자팀 관계자는 “3월까지만 해도 벤처기업 투자를 놓고 양적인 경쟁을 벌였지만 지금은 몸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양질의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정예 기업으로만 포트폴리오를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인터넷 전화사업을 시작한 T사 관계자는 “애드벌룬만 먼저 띄운 경쟁업체와는 달리 완벽한 인프라를 갖추느라 출발이 늦었는데 오히려 투자유치에 큰 곤란을 겪고 있다”며 “대기업 등 튼튼한 후원자가 없는 벤처기업은 도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코스닥 등록에 성공하거나 유·무상증자까지 마친 벤처기업 경영자들은 “거품을 빼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할 시기”라며 현재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30일 자사주 8만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핸디소프트 안영경(安英景)사장은 “기업들이 은행 빚없이 투자 자본만으로 경영을 해나가는 것은 우리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라며 “세계시장을 상대하는 기술력있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품론’이 일고 있는 인터넷 벤처의 경우 선두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점점
더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음과 옥션 등 선두업체들은 최근 인원 채용을 늘이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지만 추격업체들은 눈치만 보고 있는 형편이다. 옥션 이금용(李今龍)사장은 “투자자들도 확실한 수익모델을 갖고 있는 인터넷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라며 “이미 인터넷 기업의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이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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