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선투표를 강행한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의 알레한드로 톨레도 후보가 3차 결선투표를 요구, 페루 정국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미국은 29일 후지모리 대통령의 3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후지모리 대통령의 결선 승리는 비합법적으로, 중남미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이번 선거는 정당치 못하다”고 말했다. 논평은 또 “흠이 있는 절차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은 결코 정통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스페인 정부도 페루 결선투표가 공정치 못한 것으로 판단하며, 페루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남미 각국의 주요 일간지들은 후지모리가 결선투표 강행으로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페루 결선투표가 공정선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선거감시단을 철수한 미주기구(OAS)는 31일 워싱턴에서 특별회의를 소집, 선거감시단의 설명을 들은 뒤 페루문제를 6월4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총회에 정식안건으로 제기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OAS는 민주주의를 침해한 회원국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후지모리 대통령은 이날 TV 메시지를 통해 “선거는 공정하고 투명했으며, 국제적 기준을 충족했다”고 결선투표의 정당성을 주장한뒤 “3번째 임기에는 과거와는 다른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후지모리는 또 미국이 테러 및 마약 밀수에 대해 강공책을 편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제재가능성을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후지모리는 경제 재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OAS에 특별사절단을 파견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폭력 저항운동을 선언한 야당의 알레한드로 톨레도 후보는 이번 결선에서 기권표와 백지표, ‘선거부정은 이제 그만’이라고 쓴 무효표 등을 합치면 자신이 사실상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3차 결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톨레도는 후지모리가 페루를 경제 제재의 위기속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하고, 오는 7월 다음 대통령 임기 개시일까지 후지모리가 하야하지 않을 경우 400만명이 수도 리마로 몰려와 그의 취임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페루 경제계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공업국들로부터 경제 재재가 취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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