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인종과 이질적인 문화가 뒤섞여 만들어내고 있는 미국의 다양한 ‘모자이크’문화 중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코리안 아메리칸.강익중, 권소원, 김수진, 마이클 주, 민연희, 바이런 킴, 서도호, 신경미, 이아라 리, 차학경, 캐롤 킴 등 젊은 작가 11명이 아트선재센터에서 ‘코리아메리카코리아’라는 제목으로 회화, 사진, 조각, 설치작품에서 영화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전시회를 열고 있다. 재미동포 예술가로만 구성된 이같은 대규모 전시회는 처음으로 8월 6일까지 펼쳐진다.
미국 국적이나 영주권을 갖고 있는 이들 한국계 젊은이들 중 몇명은 우리말을 전혀 구사하지 못할 정도로 이미 미국화한 한국인이다.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결코 충분치 않은, 너무나 미국적 경험에 익숙한 이들이지만, 미국적 문화에서 보면 동시에 이들은 너무나 한국적인 모습이다.
김선정 부관장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관장 데이비드 로스가 함께 큐레이팅한 이번 전시회에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창조해야 한다는 현대미술의 강박관념에 이같은 딜레마까지 안고 사는 코리안 아메리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데이비드 로스 관장은 “한국계 미국인의 문화적 경험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독특한 경험의 현실 또한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민, 재정착, 회귀해가는 과정을 통해 어쩌면 이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 ‘정체성’에 대해 더 깊고 넓은 관심을 기울여왔을 ‘코메리칸’작가들은 다양한 취향으로 이 정체성의 언어를 드러내고 있다.
3X3인치 ‘소형 캔버스’작가로 유명한 강익중은 홍콩 액션 영화의 아이콘인 이소룡의 ‘용쟁호투’를 패러디한 쌀조각상 ‘Enter the Heaven’(우리가 먹는 쌀로 만들었다. 쌀!)으로 넓은 문화 속에서 신비로운 힘을 발휘하는 아시아의 전사를 보여준다.
조각가 서도호는 스카이블루의 유리로 ‘다리(Bridge)’를 만들어 한국과 미국 사이에 놓인 태평양을 드러내고 있다.
마이클 주는 머리 없는 투명한 부처상 ‘헤드리스(Headless)’ 위에 미국 만화영화의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한 폴리우레탄 얼굴을 꽂아 하나의 몸 속에 공존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 문화의 속성을 비유하고 있다.
영화제작자 이아라 리는 혼합미디어 프로젝트 ‘아키테츄라(Architettura)’에서 전통적인 건축과 새로운 테크놀로지 세계의 결합을 통해 형성하는 시너지 효과를 표현하고 있다.
캐롤 킴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자신과 남을 구별시켜 주었던 요소인 머리카락이 자르기 전과 후, 그리고 자르는 과정 중에 어떻게 작가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변화시켜나가는가를 비디오작품 ‘PLUSH: a hair Invitaional’에 담았다.
이번 전시회는 주한 미국 대사 부인인 크리스틴 보스워스와 미국계 기업들이 후원자로 참여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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