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련은 홍익대 미대 서양학과와 파리 국립미술학교 회화과에서 학사, 소르본Ⅳ대학에서 현대미술사 석사학위를 받은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흔치 않은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이론이 작가의 활동에 상승작용을 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이론 공부는 1980년대 프랑스 몽루즈전, 비트리전, 레아리떼 뉴벨전 등 살롱전에서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했던 그녀에게 오히려 90년대 10년의 공백을 안겨주었다.붓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줄기차게 하루에도 몇 시간씩 쉬지 않고 작업했지만 “남 앞에 함부로 아무 그림이나 내놓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론을 통해 성숙해진 눈은 섣부른 작업이 만들어내는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잘 알고 있었다.
감각적인 그림만이 유행하고 있는 국내 미술계에서 이론이 주는 중압감은 작가에게 또다른 혼돈감을 가중시켰을 것이다. 물론 관객과의 단절 속에서도 불교대학에 다니는 등 휴식 상태로 보내지는 않았다.
1998년 한국에 돌아온 지 10년 만에야 그녀는 첫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 전시회는 세번째 개인전. 변화와 고비를 통해 더욱 새로워진 작업들이다
. 6월1-10일 박영덕화랑에서 꽃잎, 모래시계, 배 등 기억 속에 부유하는 시간의 이미지를 색채의 향연 속에 풀어놓는다. 시각과 촉각, 밝음과 어두움, 따뜻함과 차가움, 현재와 과거, 현실성과 잠재성, 공간과 시간이 하나의 캔버스에서 동시에 펼쳐지면서, ‘움직이는 삶’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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