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마서 그래엄 무용단이 창단 71년만에 자금난으로 무기한 활동중단을 선언해 미국 문화계가 충격에 빠졌다.그래엄무용단 25일 이사회를 열고 재정적자때문에 더 이상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결정, 사실상 무용단을 해체했다. 1929년 미국 현대무용계의 거장 마서 그래엄에 의해 창단된 그래엄무용단의 누적적자는 50만달러. 1998년 뉴욕시 이스트63번가에 위치한 유서깊은 본부건물을 매각, 일단 240만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갚았으나 이제 더이상 처분할 자산도 없는 상태다. 그래엄이 유명을 달리한 이후 1991년부터 무용단장을 맡아온 론 프로터스씨는 “이번 달에 인근의 창고건물로 본부건물을 옮길 예정이었으나 내부를 스튜디오와 사무실로 개조할 예산 75만달러가 없어 부득이 활동중단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결정에 따라 당장 다음달 8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더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무용페스티발 참가도 취소됐으며 9월 워싱턴의 케네디센터에서 2주간 개최될 ‘마서 그래엄과 폴 테일러의 유산’이라는 주제의 무용축제도 취소됐다.
그래엄무용단의 비극적인 소식은 미국 현대무용계뿐아니라 발레계에도 쇼크를 던졌다. 아메리칸 발레극장의 예술감독인 케빈 맥켄지는 “이번 사건은 후원자들이 감소함에따라 미국무용계가 처한 취약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프랑스나 독일 같았으면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중예술 일변도의 현실을 개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무용단을 돕겠다는 전화가 잇달았으나 이미 막은 내린 뒤였다.
/워싱턴
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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