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5월초 중간고사를 앞두고 일선 고교에 수학, 영어 등 주요과목의 평균점수를 70점 이상으로 끌어올리도록 지시, 교육청이 ‘성적 부풀리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30일 서울시 고교들에 따르면 이달초 소집된 서울 인문고 교감회의에서 시교육청 H장학관이 “수학, 영어, 과학 등 주요과목의 내신 평균점은 70∼75점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학교별로 중간고사의 난이도를 조정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교감은 “강남 지역 한 공립고 교감이 사립고에서 수학 과목의 평균점수가 70점대를 넘어서는 등 성적부풀리기 의혹이 있다고 지적하자 이 장학관이 ‘사립학교의 평균점수대가 맞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성적부풀리기를 비호하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 교감은“교육청 관계자가 다른 학교들도 난이도를 조정해 평균점을 70∼75점 선으로 끌어올릴 것을 주문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발언이 알려지자 교사들은 “교육청이 앞장서 성적부풀리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서울 B고 박모 교사는 “수학의 경우 일반고에서는 평균 50점을 겨우 넘는 것이 정상”이라며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교육청이 70점대 이상으로 평균을 끌어올리라는 것은 성적을 부풀리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K고 수학과 강모 교사도 “수학 평균점수를 70점 이상으로 유지하려면 미리 상당수의 문제를 알려주거나 교과서 연습문제를 출제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치러진 수능시험 수리탐구Ⅱ(수학)과 외국어영역(영어)의 경우 100점 기준 평균점은 47.1점과 63.6점에 불과했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고교 수학시험에서 평균 75점이 나오도록 하려면 중학교 수준 이하의 문제를 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발언을 한 장학관은 “현재 고1,2학년의 경우 절대평가로 성적을 산출하는 만큼 수,우,미,양,가의 분포가 고르게 나오도록 평균을 ‘미’에 해당하는 70∼75점으로 유지하라는 취지였다”며“성적부풀리기를 하라는 얘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절대평가의 취지는 각 학교가 학생들의 성취목표 달성여부를 알아보는데 목적이 있다”며“고른 성적분포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난이도를 낮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일”이라고 밝혔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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