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초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27·LA 다저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상대가 껄끄러운 뉴욕 메츠였다거나 베테랑투수 알 라이터가 상대선발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바로 올 시즌 관중석을 가득메운 5만여 홈팬 앞에서 코리안특급의 진면목이 한번도 발휘된 적이 없다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미 전역으로 생중계된 이날 박찬호는 오랜만에 화끈한 투구를 했다.
30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츠전에 선발등판한 박찬호는 7회말 공격서 대타 제로노미 베로아로 교체될 때까지 삼진 6개를 빼앗고 안타 2개, 볼넷 6개를 허용하며 무실점 호투, 시즌 5승과 홈 첫 승의 기쁨을 동시에 맛봤다.
방어율도 5.01에서 4.48까지 내려갔다. 다저스 4-1 승. 5회까지 숨막히게 이어지는 0의 행진. 양팀 선발투수의 주무기는 유달리 잘 통했다.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박찬호의 커브와 강속구는 거짓말처럼 고비마다 먹혔다. 또 라이터의 크게 휘는 투심패스트볼과 떨어지는 변화구도 만만치 않았다.
승부가 갈린 것은 6회말 다저스의 공격. 5회초 1사 1, 2루의 위기를 삼진과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로 매듭지은 박찬호는 6회를 내야땅볼 3개로 5분만에 마무리했다. 이번에는 라이터가 위기를 맞았다.
다저스는 6회말 공격서 비스케이노가 우전안타를 치고 나가자 박찬호가 투수앞 희생번트를 대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냈다. 한점 승부를 지나치게 의식한 라이터는 급작스럽게 흔들리면서 산탄젤로와 그루질라넥을 거푸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 주자는 순식간에 1사 만루.
다음타자 숀 그린은 라이터가 가운데로 던진 초구 직구를 받아쳐 그대로 우중간 펜스를 넘겨 버렸다. 순식간에 승부는 4-0.
경기가 끝난 뒤 라이터는“실투하나로 승부가 끝나 있었다”며 뒤늦게 후회했다. 하지만 그도 “박찬호는 내가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피칭내용을 선보여 오늘 경기가 어렵겠다고 짐작하고 있었다”며 결과에 승복했다.
박찬호는 현재 9이닝당 6.64개의 안타를 허용해, 특급투수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5.63개를 바짝 뒤쫓고 있다.
팀의 에이스 케빈 브라운(7개)보다 오히려 더 돋보이는 짠물 투구를 보이고 있는 것. 하지만 쓸모없는 볼넷을 남발해, 투구수를 아끼지 못하는 것이 최대약점이다.
이점만 보완한다면 당장이라도 리그 최고를 호령하는 투수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경기였다. 한편 이날 호투로 연속게임 피홈런도 9개에서 멈췄다. 박찬호는 6월4일 애너하임 에인절스전에 다시 등판한다.
순위 선수(소속) 9이닝당허용안타수
1 랜디존슨(애리조나) 5.63
2 박찬호(LA) 6.64
3 케빈 브라운(LA) 7.13
4 릭 엔키엘(세인트루이스) 7.22
5 로버트 퍼슨(필라델피아) 7.25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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