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는 재미있다. 잘 생긴 말들이 지축을 울리며 질주하다가 간발의 차이로 결승선에 골인하는 모습은 저절로 함성을 토하게 만든다. 그러나 적중된 마권을 들고 환호하는 사람들은 아주 소수다. 대부분은 틀린 마권을 던지며 한숨을 내쉬고 돌아선다. 올해는 연인원 1,200만명이 경마장을 찾아 약 4조원의 마권을 구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례로 볼 때 이 중 팬들이 챙길 수 있는 돈은 72%로, 1조가 넘는 나머지 돈은 날리게 돼 있다.한국경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팬들에게 되돌아 가는 돈의 비율 즉 환급율이 일본 74%, 홍콩 81%에 비해 적다. ‘국민레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경마가 많은 돈을 떼어가니 여기서부터 뭔가 거꾸로 된 것이다. 한국의 경마장은 서구 국가들처럼 경쟁이 없다. 국가가 단 한개의 경마장을 세워놓고 마사회라는 시행체를 통해 독점적으로 운영한다. 그러다보니 팬들은 말만 고객이지 실제로는 마권을 구입하는 데도 불편을 겪는 등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경마장도 경쟁체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경마는 레저나 도박이기 이전에 하나의 산업이어야 한다. 정부는 골치아픈 문제점들은 외면한 채 마사회에서 돈만 많이 걷어갈 생각을 해선 안된다. 정부는 세금으로 7,000억원, 축산진흥과 농어촌문화지원에 약 1,000억원 등 연간 8,000억원을 걷어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장소가 너무 좁아 경주마 전용훈련장은 물론 휴양시설도 없는 경마장 사정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런 마당에 경마장 옆에 축구장을 억지로 지은 것은 얼마나 코믹한가.
마사회도 예전에 단일마주제 시절에 누리던 절대적 기득권에 대한 향수와 보수적인 사고를 떨치고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 등 다른 경마관련 단체들과 어깨높이를 맞춰야 한다. 기능과 역할도 재정립되어야 한다.
특히 이들 경마관련 단체들은 경마상금 감축방침에 따라 지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F사태 이후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경마상금은 삭감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올해는 경주당 상금이 유례없이 17%나 감액됐다. 또 말값과 사육·훈련비, 600여 마필관리자의 인건비는 인상요인을 안고 있으나 오히려 줄었다. 이러한 희생과 고통이 경마발전과 고객을 위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마사회 이익율을 4%에서 6%로 올리기 위해 상금을 삭감했다는 것은 다함께 깊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신건호 서울마주협회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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