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가 해외 진출을 서두르면서 차세대 이동통신(IMT 2000) 시장을 겨냥한 세계적 합종연횡을 가속화하고 있다.NTT도코모는 이달 들어 네덜란드의 KPN모바일의 지분 15%를 획득키로 결정한 데 이어 현재 미국 중견업체인 보이스스트림 와이어리스의 지분 15-20%를 취득하기 위한 막바지 교섭에 나서 있다. 또 한국의 SK텔레콤 지분 15-20%를 확보하기 위한 교섭도 진행중이다.
NTT도코모가 건당 5,000억엔 정도가 필요한 대규모 해외투자를 서두르는 것은 이동통신 시장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한 공세적 대응이다. 그동안 각 나라·지역별로 나뉘어져 있었던 휴대폰 시장은 내년부터 상용 서비스가 시작되는 IMT 2000에 의해 하나로 통합된다. IMT 2000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는 데는 세계적 규모의 점유율 확대가 열쇠다. 30일 프랑스텔레콤의 영국 3위업체 ‘오렌지’인수 발표로 KPN모바일 지분투자가 빛을 바랬지만 공격적인 해외 진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IMT 2000의 상용화에 앞서 최강자로 떠오른 것은 영국의 보다폰 에어터치. 미국과 유럽을 무대로 휴대폰 사업을 펼쳐 온 보다폰은 이미 미국의 벨 애틀랜틱, 독일 만네스만과 제휴, 구미 시장에서 발판을 다졌으며 J폰 9사와의 제휴 교섭을 통해 일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NTT도코모는 거꾸로 일본 시장을 다진 후 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보다폰 등과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과의 자본제휴 교섭은 지난해 말레이시아의 텔레콤 말레이시아, 홍콩의 허친슨 텔레폰과의 자본 제휴에 이은 아시아 시장 굳히기의 일환이다. 아시아 3대 시장의 선두업체와의 제휴여서 미래의 거대 시장인 중국을 포함, 아시아 전역을 장악하는 셈이다.
반면 보이스스트림에 대한 투자는 KPN모바일과 마찬가지로 거대 시장의 교두보 확보에 해당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휴대폰 시장이지만 디지털화의 지연으로 IMT 2000 사업은 2005년께나 본격화할 전망이다.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이용한 인터넷접속 서비스 ‘i모드’를 성공시킨 NTT도코모는 휴대폰과 인터넷을 융합한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미국 시장에 파고 들 계획이다.
유럽은 내년에 최초로 NTT도코모가 시작할 IMT 2000 사업을 바짝 추격하고 있고, 특히 영국은 2002년에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따라서 IMT 2000의 유럽 시장 개척에는 영국 진출이 불가결하다. NTT도코모는 경쟁업체로 낙착된 오렌지를 대신할 영국 파트너 물색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으로 NTT도코모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은 IMT 2000의 규격 표준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다폰과 마찬가지로 비동기식(W-CDMA)을 채택한 NTT도코모의 시장 확대로 미국 AT&T·영국 브리티쉬 텔레콤·일본 텔레콤 연합이 택한 동기식(CDMA2000)은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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