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럽 미국 등 전세계 텔레비전 방송에서 단연 인기있는 것은 이른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일반 출연자나 연예인이 사생활이나 특정 상황 속에서 대처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지구촌 방송을 휩쓸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문제는 우리 방송사가 독창적인 포맷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의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모방 흔적이 역력하다는 점이다.
현재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네덜란드 엔데몰 방송사가 제작해 지난해부터 유럽 일부 국가에서 방송하기 시작한 ‘Big Brother’. 다섯 명의 남성과 다섯 명의 여성이 24시간 감시 카메라가 작동되는 집에서 감금된 채 100일 동안 생활 하는 것을 편집해 방송한다.
미국의 MTV ‘Real World’의 유사 프로그램으로 유럽 전역에서 시청률 20%대를 기록하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엔데몰사가 제작 방송하는 ‘Chains of Love’ 역시 인기다. 한집에 네 명의 남성이 한 명의 여성을 놓고 데이트를 위해 경쟁하는 내용이다.
이밖에 유럽 등지에서 시청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는 참가자들이 16주 동안 국토종단버스를 타고 경쟁하면서 특정 경기를 벌이는 ‘The Bus’, 알 위에 앉은 암탉의 모습을 가장 잘 흉내낸 참가자에게 상금을 주는 ‘In the Money’, 사막에 참가자를 떨어뜨려놓고 생존자를 구하는 ‘Survivor’ 등등.
이 프로그램들은 어디서 본 듯한 포맷과 아이디어다. MBC SBS KBS가 최근 오락 프로그램에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리얼리티 코너들이 유럽의 프로그램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부터 방송되고 있는 SBS ‘러브 게임’의 코너 ‘클럽 싱글즈’는 한 집에 있는 네 명의 남성들이 한 여성에게 데이트 상대자로 낙받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코너 ‘목표달성! 꼴찌 탈출’에선 한 집 다섯 명 고등학생들의 꼴찌 탈출을 위한 생활과 학습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이 프로그램의 한 코너로 가수 god가 12개월 된 재민이와 생활하는 것을 소개하는 ‘god의 육아일기’도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리얼리티 오락 코너다.
이밖에 KBS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에서 강호동의 살빼기 작전을 보여준 ‘초전박살’과 현재 방송되고 있는 ‘박치기 王’은 개그맨 백재현이 집과 체육관 등에서 레슬링 기술을 익히는 과정을 몰래 카메라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연출 없이 출연자의 꾸밈없는 생활을 그대로 보여주고 시청자들에게는 엿보는 즐거움을 제공해 인기가 높다. 방송진흥원 윤호진 연구원은 “방송사로선 제작비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매우 적게 든다는 이점이 리얼리티 프로그램 방송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독일 방송위원회가 리얼리티 프로그램 방송을 제재하듯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적지않은 문제를 갖고 있다. 우선 여과 없이 출연자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의 정서에 유해한 영향을 끼친다.
‘목표달성 꼴찌 탈출’ 방송 초기 고등학생들이 싸움하고 욕설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돼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한 극히 개인적인 생활을 보편화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 ‘클럽 싱글즈’는 남성들이 오로지 여성과의 데이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만을 보여줘 왜곡된 남성상을 부추긴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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