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무역관문’인 홍콩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임박하면서 홍콩을 경유하던 ‘서방’들이 아예 중국직항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WTO 가입을 측면지원했던 홍콩으로서는 손실을 자초한 셈이 됐다.
뉴욕타임스 등은 중국이 WTO 회원국이 되면 대외 장벽을 낮추고 외국과 직접 거래할 가능성이 높아 홍콩의 역사적인 위상은 약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을 거쳐 중국 본토로 들어간 상품은 1998년 한해동안 520억달러 규모. 하지만 중국의 대 서방 직접 교역이 늘면 홍콩의 대 중국 물동량은 30%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난해 11월 중국과의 WTO 가입협상을 타결하며 직항편을 늘리기로 한 것도 이를 예고하고 있다. 대만 역시 천수이볜(陳水扁)총통의 취임을 계기로 중국과의 직접 무역을 늘리기로 했다. 홍콩은 당분간 중국의 시장개방에 따른 물동량 및 관광수입 감소 등의 피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중장기적인 득실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일각에선 중국이 빠른 속도로 세계경제에 편입돼 무역규모가 커지면 홍콩의 대 중국 교역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금융시장의 경우 홍콩의 선진 금융기법 수용이 불가피해 홍콩 금융기관의 중국 진출 등 금융서비스 교류가 확대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반면 홍콩의 완전한 중국 편입론도 적지 않다. 홍콩의 지위는 ‘홍콩기본법’에 따라 1997년부터 2047년까지 50년간 ‘1국2체제’하의 중국 특별행정구. 정치 외교 사법 군사 등에 관한 대외적 권한은 없지만 국제경제기구내 대표권을 갖는 등 ‘경제주권’은 갖고 있다. 홍콩의 WTO 회원국 지위 역시 중국의 가입과 관계없이 유지된다.
그러나 1997년 중국 반환 이후 주민들의 왕래가 급증하면서 홍콩·중국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태다. 밀수로 이뤄졌던 홍콩·중국간 상품교역의 상당부분이 양성화하고 비상품 교역도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반환’의 실상은 ‘1국 2체제’정책이 무너져 홍콩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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