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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 못할 일] 80년 5.18후 검거선풍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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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 못할 일] 80년 5.18후 검거선풍 피해

입력
2000.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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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역사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살아왔으니 개인적으로나 민족사적으로 잊지 못할 일이 누구 못지 않게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침 광주민중항쟁 20주년이 있는 5월인데다 1980년대에 ‘잠수’하다 잡혀 18년인가를 감옥에 있은 어느 주인공 이야기를 쓴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을 읽고있는 중이라 20년전 5월 어느 1주일의 잠수 이야기를 하려 한다.광주에서 계엄군과 시민군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있는데 어느 친구가 광주항쟁을 탄압하고 나면 서울에도 검거 선풍이 불 것 같다면서 피하라고 권했다. 나야 어떠랴 싶었으나 남산 지하실에 끌려가 곤욕을 치른 일이 있어서 혹시나하고 일단 피하기로 했다. 부산 처가에서 하루 지내고 생각하니 만약 검거 대상이라면 연고지를 먼저 덮치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로 올라오고 말았다.

낮에는 다방 같은 데를 순회하며 지낸다해도 통행금지가 있고 계엄령이 내린 때라 밤 12시만 지나면 여관마다 임검을 하니 밤을 지낼 데가 없었다. 교수라는 직업이 대부분 집과 연구실을 내왕하는 생활이라 여관말고 따로 잠잘 곳이 있을 리 없었다. 자주 다니던 술집에 가서 사정을 말했더니 어느 여관집 고교생 아들 방에 같이 자도록 주선해주어서 두 밤을 잤는데 사정 모르는 고교생이 어찌나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는지 더는 갈 수 없었다.

돈암동 어느 다방에 앉아 오늘 밤을 어디서 지내나 궁리중인데 마침 같은 처지의 서울대 교수를 만났다. 그는 비교적 안전한 피신처를 구해 나도 잘 아는 다른 교수와 함께 걱정없이 지낸다고 했다. 같이 잘 수 있겠다 싶어 잠잘 곳이 어려운 사정을 말했지만 그는 그냥 헤어지는 것이었다. 어찌나 섭섭했던지 지금도 그때 일을 말하면서 농담삼아 원망을 더러 한다. 노숙하다시피 일주일을 지내고나니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집에 전화를 했더니 아무 일 없다는 답이었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들어가서 막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초인종이 올리고 건장한 사내 셋이 들어서더니 밤낮 3일을 기다렸다면서 함께 가자는 것이었다. 그뒤 경찰서에서 한달을 보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초를 받았다. 몇년씩 잠수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나에게는 일주일 잠수가 어찌나 어려웠던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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