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이유는 시드니올림픽 첫 메달종목인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에서 자국이 메달을 싹쓸이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무슨 배부른 걱정’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철인3종경기가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만큼 기우만은 아니다. 특정국가가 메달을 독식할 경우 다른 나라의 반발로 다음 대회서 제외되는 불상사가 충분히 예견되기 때문이다.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다가 빠진 종목은 많다. 크리켓은 1900년 파리올림픽에서 선보였다가 다음 대회서 사라졌고 골프 역시 1904년 세인트루이스올림픽에서만 치러졌다.
폴로, 모터보트, 래커트, 로우케이 등도 단명했다. 아테네올림픽부터 정식종목이었던 테니스조차도 1924년을 끝으로 빠졌다가 서울올림픽에서 겨우 부활했다.
첫 금을 따내 주최국의 위신을 살리겠다는 호주의 욕심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금, 은, 동을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호주 여자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서 1∼5위를 휩쓸었을 만큼 세계최강이어서 이변이 없는 한 메달독식이 유력하다. 남자는 조금 처지지만 그래도 세계랭킹 10위안에 4명이나 포진, 홈이점만 살린다면 역시 싹쓸이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국제트라이애슬론연합(ITU) 맥도널드회장은 “철인3종경기가 살아남으려면 특정국가가 메달을 독식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해 호주의 걱정을 뒷받침했다. 역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에서 금메달 독식(4개)을 노리고 있는 한국도 고려해봐야 할 대목이다.
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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