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위해선 정당구조 바꿔야"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은 29일 15대 국회 임기 종료를 맞아 기자와 만나 “우리는 권위주의, 전제주의 시대의 정당이 갖는 조직을 아직도 갖고 있다”면서 “우리 정치가 제대로 되려면 먼저 정당구조가 개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의장은 이날 의장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정계에서 은퇴했다.
박의장은 386세대 의원·당선자들에 대해 “4·19 당시 ‘386세대’와 유사한 세대들의 잘못으로 5·16이 일어나고 정치혐오가 심해진 만큼 자중자애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계에 입문한 지 40년만에 정계를 은퇴를 떠나는 소감은.
“1960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5·16직후 3년, 5·18직후 6년, 문민정부 초기 2년동안 현장을 떠난 것을 제외하고 줄곧 의정활동을 해왔다. 고통스런 시간도 많았지만 대과없이 40년 정치생활을 마감하게 된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라 생각한다.”
- 15대국회를 평가한다면.
“좋은 점도 많았지만 방탄국회 소집, 529호사건등 좋지 않은 일도 적지 않았다. 또 법안 강행처리 등도 있었지만 전원위원회 제도 도입, 일문일답식 토론 문화 도입 등 긍정적 측면도 많았다.”
- 의장을 세번하는 동안 몇차례 날치기를 한 적이 있지 않은가.
“(웃으며) 나도 했다. 나는 부의장에게 안 맡긴다.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내가 한다. 그 법안들이 통과 안됐으면 어떻게 됐겠는가….”
- 우리 정치에서 가장 먼저 개혁돼야 할 것은.
“우리의 의회민주주의 수준은 일본보다 낫다. 우리의 의회민주주의는 세계에서 12-13개 선진국 다음 수준이다. 하지만 정당구조가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 정당의 가치관도 달라져야 한다. 단세포적 투쟁 시대는 지나갔다. 독점적 지배는 어려우므로 프랑스의 코아비타시옹과 북구의 연립정권을 배워야 한다. 원내 정당화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중앙당을 국회안에 두어야 한다.”
- 우리의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의 (대통령 단임제) 구조로 갈 경우 내각제적 운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자민련이 말하는 이데올로기로서의 내각제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 그동안 국회의장을 세차례 지냈고 지난 2월 하순에는 당적을 이탈했는데, 의장의 당적 이탈문제에 대한 생각은.
“국회의장은 행정부와 같이 하는 책임성보다는 각당의 의견을 조화하는 역할이 더 중요하므로 당적을 이탈하는 게 바람직하다.”
- 우리 정치사의 주역인 3김씨를 가까이서 본 평을 해달라.
“우리 정치인들의 자서전을 보면 참말은 1개이고 거짓이 9개쯤 된다. 3김씨와 전두환·노태우전대통령과는 가깝게 지냈으나 이 자리에서 평가하는 것을 부적절하다. 나중에 자서전을 쓸 때 객관적으로 진술하겠다.”
- 최근 386세대 국회의원의 5·18기념일 전야 술자리와 전총선시민연대 간부의 성추문이 문제가 됐는데.
“총선시민연대의 선거개입과 개혁방안은 잘못됐다. 법을 지키면서 해야 한다. 386세대들도 과잉기대를 받다보니 물의를 빚은 것 같다.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책도 쓰고 농구·축구·야구 등을 보러 다닐 것이다.”
-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문민정부 출범초 재산 문제로 물러날 때가 가장 어려웠다. 법으로 조사하지 않고 여론에 의해 난자당하니 가슴이 아팠다.”
- 후배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만이 옳다, 우리당만이 옳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이다. 선비정신을 갖되 폭넓은 생각을 가져야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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