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어설픈 '화초'서 노력하는 '잡초'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어설픈 '화초'서 노력하는 '잡초'로

입력
2000.05.30 00:00
0 0

KBS주말극‘꼭지’주연 박상아카리스마가 없다는 것은 연기자에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카리스마만으로 버티는 것 역시 연기자의 생명 단축을 재촉하는 것이다. KBS 주말극 ‘꼭지’의 주연 박상아(28), 그녀는 카리스마가 없는 탤런트다.

또한 실제 모습보다 크게 나오는 브라운관의 특성상 둥그런 얼굴의 그녀는 개성이 좀체 살지 않는다. 그리고 일상적인 캐릭터에 파묻혀 좀처럼 그녀의 존재를 확연하게 각인시키지 못했다. 비록 여러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출연했지만.

방송가에는 일명 ‘잡초’ 연기자들이 있다. 산전수전 다 겪어 어느 역이나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연기자를 말한다. 박상아는 출발부터 잡초와 거리가 먼 ‘화초’였다. 그래서 그녀에게 질김과 카리스마가 보이지 않는지도 모른다.

1995년 KBS 슈퍼탤런트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화려한 출발은 역대 시청률 6위를 차지하는 KBS 주말극‘젊은이의 양지’의 주연으로 이어졌다. 동기인 송윤아 차태현이 단역 출연을 하고 있을 때. “주말극 주연이 얼마나 비중있는지조차 몰랐어요. 그냥 하라고 해서 했을 뿐이지요.”

이후 그녀는 ‘사관과 신사’ ‘당신’ ‘홍길동’의 주연을 거쳐 현재 ‘꼭지’에 이르기까지 고정화한 캐릭터를 맡았다. 부잣집 딸, 자신만만한 장교, 재단 이사장 딸 출신의 교사 등 비슷한 캐릭터는 카리스마가 약한 그녀의 이미지에 평범함을 강화했다.

그녀도 느꼈다.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어요. 연기의 본질을 알면서 겪는 열병이었지요. 연기 무서운 줄도 알고요. 이제는 단역이라도 최선을 다해요.”

박상아는 그녀의 밝은 웃음처럼 미래의 가능성이 높은 연기자다. 일단 부족함을 알고 노력하는 연기자이기에. “연기가 많이 부족해요”라면서 노력않는 연기자가 태반인데 박상아는 결코 그렇지 않다. 탤런트 데뷔 전 연극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했던 것처럼 무대뿐만 아니라 스크린, 그리고 브라운관, 대학원을 오가며 연기력을 쌓아가고 있다. 분명 어제보다 오늘이 좋다.

일상성으로 무장된 캐릭터를 연기했기에 성격 강한 캐릭터를 맡게 되면 보다 쉽게 극중 인물을 표출할 수 있는 것도 연기자로서 큰 자산이다. 탤런트들이 성격 강한 캐릭터보다 일상적인 인물을 자연스럽게 연기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꼭지’에서 교사 역할이 너무 흔한 인물이라 튀기가 힘들지만 시청자들이 비슷하구나라는 느낌이 들도록 연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녀의 비상(飛上)을 믿는 것은 새 출발의 의미를 아는 연기자이기 때문이다. 동기인 송윤아 차태현이 인기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을 보면서 비온 뒤의 땅이 더 굳는다는 평범한 진리의 의미도 받아들였다.

‘꼭지’에서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이종원에게 가슴앓이하는 박상아. 실제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가슴앓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박상아의 모습이 표출되고 있다. 시청자는 앞으로 박상아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