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미를 거듭해온 현대사태가 정부-채권단과 현대측간의 막판 협상으로 수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현대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29일 의견조율을 통해 31일까지 유동성확보등 추가적인 자구계획을 발표키로 합의하고 정부및 채권단도 현대에 대한 ‘서슬퍼런’ 지배구조 개선 공세수위를 낮춰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특히 정부및 채권단과 현대간 힘겨루기인상으로 크게 우려됐던 월요일(29일) 증시 등 금융시장은 일단 진정국면으로 돌아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핵심비켜간 미봉책
현대측과 정부및 채권단간의 막판 접점찾기는 핵심쟁점을 비켜둔 채 유동성대책에만 초점을 맞춰 미봉책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재벌개혁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강력히 제기해온 정주영 명예회장 및 특정경영진의 퇴진 등 지배구조개선은 외면한 채 유동성확보를 위한 자구계획을 긍정 평가하는 분위기로 갑작스레 바뀐데 따른 것이다.
대우사태로 혼이 난 정부로서는 현대사태가 악화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칠 메가톤급 파장을 우려해 지배구조개선문제에 대한 강경입장에서 한발 뺀 채 서둘러 봉합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꼬리내린 정부·채권단
정부는 현대건설의 유동성문제가 불거진 후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정명예회장의 일선퇴진및 현대차 지분정리, 특정전문경영인 퇴진, 핵심계열사 매각 등 3개사항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해왔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한국재벌의 대명사인 정명예회장을 퇴진시켜 황제경영을 종식시키고 재벌개혁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강했다. 그러나 정부및 채권단은 28일 밤부터 강경입장에서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이날 “특정인사를 거명해 나가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외환은행의 이연수 부행장도 “특정경영인의 퇴진문제는 채권은행이 거론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현대측이 제시한 후계구도, 지배구조개선, 자구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시장을 볼모로 버티기작전을 구사해온 현대측의 공세적 수비에 정부및 채권단이 뾰족한 대응책을 찾을 수 없었던 것도 주된 요인.
새한그룹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부결, 영남종금 영업정지이후 증시등 금융시장 혼란, 신용경색 심화에 따른 부실기업 악성루머 확산속에서 정부와 현대간 힘겨루기가 지속될 경우 시장이 깨질 것을 잔뜩 우려했기 때문이다.
현대는 이번 수습국면을 계기로 현대건설 현대상선 등의 만기도래한 기업어음(CP)의 연장과 주거래은행의 자금지원으로 이어져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31일 내놓을 자구계획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미흡할 경우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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