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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캠퍼스에 다시부는 바둑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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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캠퍼스에 다시부는 바둑바람

입력
2000.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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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이화여대 교정에 이창호 안조영 목진석 안달훈 김강근 강지성 홍장식 박병규 유재성 등 20대 초반의 청년 프로기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 냈다. 이들은 마침 이화여대 대동제 행사에 맞춰 초대된 서울 지역 9개 대학생 바둑 동호인들과 지도 다면기를 벌이고 사인회, 기념사진 촬영 등으로 즐거운 한나절을 보냈다. 행사에 참가한 프로 기사들이 모두 대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의 신예 기사들이어서인지 200여명의 행사 참가자 모두 시종 화기넘치는 분위기였다. 최근 들어 바둑의 불모지로 변해 버린 대학 캠퍼스에서 모처럼만에 벌어진 ‘성대한’ 바둑 행사였다.사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마 강자들은 모두 대학 강호 출신이라 일컬어질만큼 바둑과 대학 캠퍼스 간의 거리가 가까웠지만 1980년대에 접어 들면서 서서히 대학 바둑이 쇠퇴하기 시작, 지금은 각 대학 바둑 서클이 대부분 겨우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1997년 명지대학교에서 세계 최초로 정식 바둑학과를 개설하고 경기대 경희대 고려대에서 바둑 특기생을 선발하는등 1990대 후반부터 대학 바둑에 새 바람이 부는가 했지만 아직도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에는 미흡한 상황이다.

한데 올들어 갑자기 대학 캠퍼스에서 바둑 행사가 열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패왕전 도전기를 교내에서 개최, 화제를 모았던 명지대가 지난달 다시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결승전을 유치했고, 27일에는 호남대에서 광주 바둑인들을 대상으로 아마단증 발급 대회가 개최됐다. 또 6월 8일 포천 대진대에서 천원전 본선 대국이 열리기로 되어 있으며 8월 중에는 제주대학에서 도전기 유치 신청이 들어와 있다고 한다.

요즘 국내 바둑계가 가장 염려하고 있는 것이 20대의 바둑 공동화(空洞化)현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바둑과 캠퍼스가 자주 만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사실 그동안 바둑계는 입으로는 청년층의 이탈 현상에 대해 크게 우려하면서도 실제로 이들을 다시 바둑으로 끌어 들이기 위한 노력은 너무 미미했다. 사실 이번 행사도 한국기원이 자청해서 한 것이라기 보다는 문화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찾아가는 문화활동 2000’ 운동의 일환으로 정부의 지원아래 전개되는 것이기도 하다.

경위야 어떻든 한국기원은 이번 이화여대 바둑 행사를 시발로 올 한해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40여차례의 바둑행사를 가질 것이라고 하니 바둑팬들로서는 즐거운 일이다. 한데 앞으로 벌어질 일련의 바둑 행사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지도 다면기나 사인회, 아마 단급 발급대회, 어린이 바둑대회 등 진부한 레퍼토리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약간 아쉽다. n세대 젊은이들의 감각에 맞는 보다 새로운 보급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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