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태를 다루는 정부당국과 채권단의 태도가 매끄럽지 못하다. 원인제공자는 분명 현대지만, 정부-채권단의 언행이 모호하고 미숙하다보니 금융시장은 어느 장단에 춤춰야할 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첫번째 희화적 광경은 26일 정몽헌(鄭夢憲) 현대회장의 외환은행 방문. 정회장이 돌아간 뒤 외환은행은 현대건설에 500억원 지원사실과 밝히며 “그룹 전체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의 새 행장에 대한 예방’이란 설명에도 불구, 정회장의 방문은 결과적으로 ‘급전요청’으로 비춰지고 말았다. 한 은행장은 “은행이 거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액수를 밝힌 것은 넛센스”고 말했다.
또 한번의 ‘헷갈리는’ 장면은 이틀뒤에도 벌어졌다. 28일 밤 현대측이 부동산·주식매각을 통한 자구계획안을 내놓자 정부당국은 ‘수용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 퇴진 등 근본적 사태수습책을 내심 요구해왔던 당국으로선, 지배구조개선이 빠진 자구계획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나 약 두시간뒤. 외환은행은 “현대측의 구체화된 자구방안을 긍정 평가한다”는 공식논평을 냈다. 한묶음으로 여겨졌던 정부와 채권단이 거의 상반된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최종판단은 시장의 몫이지만 시장의 판단은 혼자의 사색 아닌, 다양한 외부정보섭취를 통해 내려진다. 당국과 채권단은 결국 서로 엇갈린 정보를 전달, 시장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 셈이다. 29일 ‘정부가 현대에 밀리나보다’는 소문이 돈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