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실시된 페루 대선 결선투표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61) 현 대통령이 당선됐으나 선거를 보이콧한 야당의 알레한드로 톨레도 후보가 비폭력 저항운동을 선언, 정국이 혼미해지고 있다.이날 밤 페루 전국에서는 수만명의 톨레도 후보 지지자들이 반 후지모리 시위를 벌여,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페루 선관위는 이날 밤 50%가 개표된 상황에서 후지모리가 50.3%를 득표, 당선이 확정적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32.4%는 톨레도의 호소대로 기표하는 대신 투표용지에 ‘선거 부정은 이제 그만’이라는 글을 써 무효처리됐으며, 0.8%는 백지표였다고 밝혔다. 유효표중 16.2%는 톨레도에게 기표했으며, 유권자의 17%는 기권했다. 최종 개표결과는 31일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톨레도 후보는 이날 밤 수도 리마 중심가에서 5만여명의 지지자가 참석한 집회를 이끌고 “이번 선거는 무효이며, 결코 승복할 수 없다”면서 후지모리의 하야를 요구했다. 톨레도는 “후지모리는 홀로 2차전을 치렀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한 3차전을 시작한다”면서 국민들에게 비폭력 저항운동을 호소했다. 톨레도는 이어 군부에 대해 후지모리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편에 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독재 타도”를 연호했다. 시위대 중 대학생 등 수백명은 인근 후지모리 대통령 관저로 몰려가려다 최루탄을 쏘는 1,000여명의 경찰에 의해 저지당했다. 또 중부지역 아운카요에서 3만명의 톨레도 지지자들이 관공서 창유리를 깨는 등 폭력시위를 벌였으며, 아마존지역의 이잉퀴토스와 북부의 트루질리오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공포탄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위 참가자가 총상을 입었다. 또 후아레스에서는 시위대가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전국적으로 반 후지모리 시위가 벌어졌다.
한편 후지모리 대통령은 이날 “톨레도가 대선후보에서 공식사퇴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결선은 두 후보간 경쟁이었다”면서 선거가 공정하고 자유롭게 치러졌다고 주장했다.
페루는 당분간 톨레도의 정권퇴진운동과 반 후지모리 시위에 따른 혼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 우려 등으로 혼미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후지모리는
야당의 선거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결선투표를 강행, 페루 대통령을 3번 연임하게 된 알베르토 후지모리는 일본인 이민 2세다.
2차대전이 일어나기 전 페루로 이민 온 일본인 부부의 5남매중 차남인 그는 대학총장까지 역임한 학자출신이지만 전국대학총장연합회 회장으로 피선된 것을 계기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1990년 대선에서 여당후보인 저명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를 근소한 표차로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1992년 정정불안이 심각해지자 군부의 지지아래 친위쿠데타를 일으키는 등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지지기반은 저소득층. 취임이후 빈민가에 도로와 전기, 교육, 급식시설을 설치 빈민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철저한 일본식 교육을 받고 자랐으며, 특히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시절의 경제개발계획에 관해 한국 정부에 자문까지 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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