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까지는 동양이 서양을 앞섰다고 학자들은 평가한다. 그러나 과학이 갑자기 발달하고 기술이 크게 일어나면서 서양이 세상을 주도하게 된다. 동양에서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로 유교를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하긴 공자(孔子)의 언행을 보면 유교가 과학과 얼마나 거리가 멀었던가를 실감하게 된다.한번은 제자 하나가 공자에게 농사일에 대해 묻자 그는 제자를 농부에게 쫓아보내고 다른 제자들에게 말했다. 윗사람은 예(禮) 의(義) 신(信)을 행하면 사방의 백성들이 이고지고 모여들기 마련이거늘 어찌 농사가 필요할까보냐는 것이었다.
논어(論語)의 자로(子路)편에 나오는 이 대목은 공자가 실용적인 농업기술 등에 얼마나 무관심했던가를 보여준다. 또 선진(先進)편에는 “아직 사람도 섬기지 못하거늘 어찌 귀신까지 섬기겠는가?”라고 말하고 이어 “아직 삶을 모르거늘 어찌 죽음을 알리요?”라 응대했다는 대목도 보인다. 한 가지 더. 공자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말하지 않았다고 술이(述而)편에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공자는 자연이나, 자연 속의 이상현상 등에 관해서는 전혀 설명을 시도해 본 일이 없다. 같은 시대 탈레스 같은 그리스 철학자들이 자연철학을 시작한 데 반해 공자는 혜성과 일식, 동물, 조수의 간만 등에는 무관심했다.
공자의 태도는 그후 2,000년 동안 동양사회를 지배한 유교의 틀이 되었고, 그런 태도 때문에 동양에서는 과학이 발달하기 어려웠다. 그렇다하여 이제 와서 공자와 유교를 비판하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다.
과학문명은 몇 백년동안 세상을 지배했지만 이제 인류에게 절대로 필요한 것은 인간 사이의 바람직한 관계인 것이 새삼 분명해지는 듯하다. 공자는 바로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끈질기게 추구했고, 그러한 유교정신이 오늘날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 같기 때문이다.
박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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