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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값 미리 폭리

입력
2000.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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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강사 김모(29·여)씨는 지난 27일 서울 용산 전자상가를 찾았다가 기겁을 했다. 평소 20만원대의 기기값이 부담스러워 마음에 드는 휴대폰 구입을 미뤄오던 차에 보조금이 폐지되면 더 오른다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대리점을 찾은 것.그러나 이날 10여군데 대리점들이 제시한 가격은 30만-43만원. 결국 구입을 포기한 김씨는 “계절을 타는 농산물도 아닌데 가격이 며칠 사이에 100%이상 오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6월1일 휴대폰 보조금이 폐지됨에 따라 가격이 오르기 전에 휴대폰을 사두려는 소비자들이 전자매장으로 몰려들고 있고 휴대폰 대리점들은 이들의 ‘급박한’ 심리를 악용, 휴대폰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 놓았다.

휴대폰 대리점들은 이달 31일까지 보조금이 지급된 상품들을 공급받기 때문에 보조금 폐지가 발표된 23일 이후 올려받은 가격은 소비자들로부터 빼앗는 부당이득인 셈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용산 전자상가와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삼성 듀얼 폴더 A-2000이나 LG 이지 폴더의 판매가는 각각 35만원대와 18만원대. 단 일주일 전만해도 이들 모델의 구입가는 각 21만원, 11만원대였다.

더구나 일반 플립형 PCS 휴대폰 가격은 같은 대리점에서도 시시각각 변해 ‘널뛰기 장세’를 방불케 하고 있다. 테크노마트의 한 대리점주는 “수요가 많고 물량이 달리는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경제 논리 아니냐”며 “한시라도 바삐 물건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귀띔까지 했다.

특히 몇몇 인기 상품의 경우 수요 폭증을 우려한 생산업체들이 미연에 보조금을 폐지했지만 대리점들은 ‘가(假)개통’을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 가개통이란 대리점주가 보조금 폐지 전 미리 확보해둔 휴대폰에 대해 자신의 가족, 친지 등의 이름으로 개통시켜둔 뒤 제품이 실제로 판매됐을 때 명의만 변경하는 수법.

그러나 대기업인 휴대폰 생산업체나 서비스업체들은 대리점과의 공생관계를 감안해 뒷짐지고 바라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정보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물량을 확보한 대리점들이 가격을 부풀리거나 가개통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돈을 갈퀴로 긁어들이고 있지만 이들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고려해 특별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장근영기자

ami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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