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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게놈완성 그 이후](3) 美 셀레라社 이미 中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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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게놈완성 그 이후](3) 美 셀레라社 이미 中시장 진출

입력
2000.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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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시장 노리는 셀레라중국 상하이에는 상하이 진코어 바이오테크놀로지(Shanghai GeneCore BioTechnologies)라는 벤처기업이 있다. 유전자서열분석, 생물정보학서비스, 유전자변이 등 정보를 제공하는 ‘중국판 셀레라’다. 중국의 학계, 병원, 제약회사 등 1,000곳이 넘는 고객망을 확보했으며 “아시아·태평양 게놈연구의 중심”을 자처하고 있다.

아시아시장 선점 상하이 진코어는 사실상 셀레라의 중국 지사다. 셀레라와 그 자매회사인 PE바이오시스템스가 각각 47.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진코어는 셀레라측의 기술지원을 받고, 중국 정부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셀레라가 47.5%의 지분을 확보했을 때 크레이그 벤터 대표는 “중국을 통해 인간·동·식물 유전자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셀레라가 제공할 수 있는 유전정보가 크게 확장될 것”이라며 “이는 셀레라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막대한 돈이 드는 게놈 투자에 주저할 때 힘이 된 것은 ‘아시아 시장을 노리자’는 기치였다. 그러나 이 역시 셀레라가 빨랐다. 폴 길만 정책기획책임자는 현지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인 유전자서열을 분석 중이며 중국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어 정식 공동연구도 진행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인에게 유용한 유전자정보(예컨대 아시아인에게 많은 특수질병의 원인유전자, 이를 진단할 수 있는 염기변이(SNP), 신약 타깃 유전자 등)는 일본인이나 한국인에게도 유효할 수 있어 우리가 이를 사들여야 할지 모른다.

동·서양인 염기변이 발굴 셀레라는 이미 동양인 2명을 포함, 6명의 DNA서열을 분석 중이다. 이는 주로 개인 염기변이(SNP)발굴이 목적. SNP는 개인별 맞춤의학의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셀레라의 SNP발굴 계획은 국립환경보건연구소(NIEHS)나 10개 대형 제약회사가 차명하는 SNP 컨소시엄의 목표와는 비교할 수 없이 방대하다. SNP컨소시엄은 2002년까지 20만-30만개 SNP를 찾을 계획인 반면 셀레라는 올해 말까지 300만개 SNP를 발굴할 계획이다.

개인간 염기가 하나씩 다른 변이를 나타내는 SNP는 1,000개 염기마다 한 개 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300만개 SNP는 30억개 염기 중 모든 SNP나 마찬가지. 제약회사나 생명공학회사, 병원 연구소 등이 어떤 SNP가 어떤 질병의 표지가 되느냐를 밝히려면 먼저 SNP가 어디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만약 질병에 중요한 SNP가 발견된다면 그 산업적 이익은 크다.

● 자동화의 승리- DNA 자동분석실엔 사람그림자도 없어

사람이 없다. 복사기처럼 생긴 자동기기만이 소리없이 일한다. A, G, C, T 네가지 알파벳으로 구성된 방대한 양의 정보가 랜을 통해 슈퍼컴퓨터로 전송된다. 슈퍼컴퓨터는 7,000만개 조각의 그림맞추기를 한다. 완성된 그림은 인간의 게놈지도다.

미국 워싱턴D.C. 근교 로크빌에 자리잡은 셀레라 지노믹스는 ‘생물산업계의 이단아’라는 명성 답지않게 너무 조용했다. 6층짜리 건물 2채가 전부다. 복도에 걸린 뉴욕타임스, 사이언스, 월 스트리트 저널 등 관련기사가 셀레라의 위치를 일깨웠다.

보안장치가 된 문을 통과해 들어간 4층의 실험실. 먼저 유전자를 잘게 자르고 형광물질을 입히는 작업실이 있었다. 옆방이 바로 DNA자동분석기 ‘ABI프리즘3700’이 줄지어 있는 DNA분석실. 말로만 듣던 자동화의 위용이 드러났다. 대당 4억원, 300대의 자동분석기가 3~4층에 나뉘어 있는데 사람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전 모델인 ‘ABI프리즘377’만 해도 400여명이 필요했지만 이젠 15명씩 3교대로 일할 뿐이다. 15분 수작업 후 24~36시간은 저절로 굴러간다. 건너건물의 데이터룸으로 2시간마다 분석자료를 전송하는 랜망은 총길이 300㎞가 넘는다.

옆 건물 데이터룸 설치에는 슈퍼컴퓨터를 포함 1억달러가 들었다. 출입이 통제된 컴퓨터실에 들어앉은 컴팩 슈퍼컴은 1,200개 알파칩, 용량 80테라(조·兆)바이트, 시간당 2,500억 연산성능을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다. 사실상 이 슈퍼컴은 국방연구소인 미 샌디아연구소와 리버모어연구소를 제외하면 세계최대규모다.

보통 좁은 연구실에서 일일이 수작업을 거치는 여늬 생물학계 연구소와는 달랐다. 셀레라는 정보혁명으로 무장됐다. 깨끗한 실험실, 속도와 용량의 확장주의, 대규모로 집적된 첨단기기…. 셀레라의 직원 400명 중 컴퓨터전공자는 220명. 그들은 생물학의 변혁, 자동화의 승전가를 부르고 있었다.

● 셀레라社 수익모델-상업적으로 성공했나

셀레나는 단연 생물산업계의 뜨거운 감자. 그렇다면 그 수익은 얼마나 될까? 상업적으로도 과연 성공한 것일까?

셀레라의 비즈니스모델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넷을 통한 경제정보의 속보로 급성장한 블룸버그통신처럼 셀레라는 게놈연구를 기반에 둔 모든 생명과학정보(분석도구인 생물정보학기술을 포함)를 신속히 제공한다.

현재 셀레라의 고객은 5개 제약회사와 1개 대학이다. 셀레라의 첫 손님들은 암젠, 노바티스, 파마시아&우프존. 역시 대형 제약회사들이다. 최근엔 ‘비아그라’로 히트한 화이자, 일본의 최대 제약회사인 타케다화학까지 계약을 맺었다.

일찍 거래를 튼 고객들은 연 500만달러(55억원)로 5년계약을 맺었지만 최근엔 정보사용료가 연 1,500만달러(160억원)으로 치솟았다. 학계에선 반더빌트대학이 처음 셀레라의 상품을 사기 시작했다. 셀레라는 대학 연구소 등 비영리단체에겐 사람당 5,000-1만5,000달러(600만-1,600만원)를 받는다.

그러나 적자폭은 여전히 크다. 지금까지 셀레라가 투자한 돈은 3억2,000만달러(3,500억원)인데 반해 올 1/4분기 손실은 2,400만달러(260억원). 통상 바이오기업의 적정 시가총액이 매출의 20배 정도라고 본다면 셀레라(시가총액 30억달러)는 1억5,000만달러의 매출은 있어야 한다.

대신 셀레라는 수익모델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2단계 연구로 유전자기능 규명에 중점을 둬 유전정보가 아닌, 돈이 되는 신약타깃 발굴에 전념하겠다는 전략이다. 셀레라는 의학연구소인 ‘시티 오브 호프’, 중국의 몇몇 정부 연구소 등과 결연을 확장하고 기능유전체학에 총 1조원(9억달러)을 투자한다.

반면 제대로 남는 장사를 한 것은 셀레라의 자매회사인 PE바이오시스템스다. PE바이오시스템스는 셀레라에서 쓰고 있는 DNA 자동분석기, 분석기 가격에 맞먹는 시약,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 배급하는 기업. 게놈완성 경쟁의 여파로 지난해 12억달러(1조3,000억원)의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올 1/4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늘어난 3억6,800만달러(4,000억원), 수익은 35%나 성장한 5,600만달러(600억원)이다. 국내 연구소와 바이오벤처도 일부 보태주고 있다.

모기업인 PE사 입장에선 쏠쏠한 장사는 PE바이오시스템스로 하고, 게놈 붐을 일으킨 역할을 끝낸 셀레라는 잠재가치가 높은 신약타깃 발굴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록빌(미 메릴랜드주)=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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