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태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 채권단과 현대는 추가 자구계획 내용을 협의중이지만 의견의 일치를 못보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유동성 부족으로 불거진 현대사태는 정주영명예회장 지분 정리, 정부·채권단 긴급 자금지원 결정, 경제장관 간담회, 현대 자구노력 발표 등으로 숨가쁘게 진행됐지만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이번 현대사태 해결과정에서 우려되는 부문은 투명성의 부족이다. 현대는 28일 ‘현대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발표하면서 “이 안은 최종안이 아니라 협상안”이라고 했다. 정부·채권단은 현대측 발표 직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곧 입장을 바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양측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겠지만, ‘시장’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많다. 국가경제를 볼모로 삼아 ‘밀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양측 모두 시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나온 방안이 과연 얼마나 시장의 신뢰를 얻을지 의문이다.
이번 현대사태는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정부는 시장 안정의 책임을 지고 있고, 이를 위해 시장에 여러 시그널을 보낸다. ‘관치’하고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원칙에 입각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장은 왜곡될 우려가 있다. 이용근금융감독위원장은 어제 현대사태와 관련, 특정인의 퇴출이나 계열사 매각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구노력에 대해 시장입장에서 납득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현대와 대립하고 있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한 원론적인 발언이겠지만, 과연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시장의 의문만을 키워 각종 소문을 양산시키고 있다.
현대사태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현대가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현대는 사태해결에 시간을 끌 수록 신뢰회복은 그만큼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장 눈 앞의 이익만 생각하다가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고, 그것은 현대 한 그룹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일 현대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버티기 작전’으로 나가고 있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시장은 두번 속지 않는다.
새한그룹에 이은 현대사태로 자금시장에는 온갖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 밀고 당길 여유가 없다.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실현 가능한 자구방안을 마련해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정부·채권단과 현대측이 계속중인 협상이 이러한 방안을 내놓기 위한 과정이기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