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땐 서로 得역사적 남북 정상회담이 14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상회담은 7,000만 민족의 장래와 직결된 민족사적 사건일 뿐 아니라 세계 유일의 냉전지역인 한반도가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상회담의 의미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회담이후 전망등에 대해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등 해외 전문가들의 기고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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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현안부터 풀어라
김정일이 김대중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의를 수용한 것은 많은 관측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를 경제·문화 교류 등에 중점을 둔 비공식적 차원에 한정하는 것을 선호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유럽이나 아태지역 국가로 확대되긴 했지만 주로 미국 일본 등 강대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김정일은 왜 정상회담을 수용했을까. 외부 관측자들에게는 몇가지 추론만 가능할 뿐이다. 우선 공식적 접촉을 통해 남한의 금융지원과 투자를 늘리고 교착상태에 빠진 대미관계를 개선하며, 일본을 포함해 다른 국가들의 지원을 확보하려 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가 진정기미를 보이는 데다 국제적인 인식에도 진전이 있어 남측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이 생전에 약속한 정상회담의 유업을 이행할 정도로 권력기반에 충분한 자신감을 갖고 있을 수 있다. 남북한 국민 모두에게 통일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여하튼 현시점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남북관계의 향후 일정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측의 의지가 확고해 보이지만 과거 예기치 않은 사태로 합의된 남북관계 수순이 바뀐 예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이 최상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의제설정이나 사전준비에 유의해야 한다. 남한으로서는 특히 중요한 대목이다. 남한은 국내 개혁을 지속하고 광범위한 국제지원을 유지할 수 있는 정치적 안정을 이루는 게 시급하다. 경제력과 정치 안정, 정파간 협력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면 대북 협상력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북한은 대남 긴장관계를 조성할 수 있는 군사행동 등을 자제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서해안의 영해문제와 같은 의제는 사전정지과정에서 다루지 말아야 하며, 여러 유형의 도발행위도 자제해야 한다. 종종 표출됐던 격앙된 어조가 부드러워진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양측 모두 신뢰분위기 조성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이는 언행부터 우호관계를 유도하도록 하는 단계적 접근이라야만 가능하다.
정상회담은 합의도출이 가능한 문제부터 다뤄야 한다. 예컨대 이산가족 상호방문이나 통신교류 확대, 공식·비공식 대화의 정례화 등이다. 동북아대화협력체(NEACD)와 같은 다자간 협의체에 북한을 참여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분명히 해 둘 것은 북한이 역내나 국제적인 관심사에 참여하려는 노력에 대해 남한이 언제나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인 교류도 논의돼야 한다.
좀 더 복잡한 문제도 다뤄질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한국전 참전국들이 수용할 수 있는 평화협정을 도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비무장지대(DMZ)의 긴장완화와 전향적인 군비감축, 순수한 비무장지역 구축 등이 수반돼야 한다.
이러한 관계진전은 남한은 물론 특히 북한에 유리하다. 북한 군사력은 숫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장비 측면에선 남한에 열세다. 방위예산 역시 크게 뒤진다. 더구나 분쟁이 발발할 경우 북한은 중국의 지원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지만 남한은 미국과 든든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정치체제문제는 남북한 모두에게 중차대하지만 조기 또는 완전한 결론(Resolution)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과거 북한이 요구했던 국가보안법의 철폐나 주한미군 철수는 현재 여건상 비현실적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포괄적인 정치개방을 요구하는 남한의 목소리도 아직은 이르다. 북한이 햇볕정책을 체제안정을 위협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 단계에선 정치체제의 차이를 용인하는 게 유일한 길이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가능성이 존재할까. 여러 통합방안이 제시됐지만 대부분 ‘1국 2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정치체제는 분리하되 경제협력문제 등을 다룰, 항구적인 공동운영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제안들은 당장은 실현 불가능하다.
북한으로서는 환경·자원·테러 문제에서부터 좀 더 복잡한 세계화와 같은 주제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논의에 참여해 ‘현대 세계(Modern World)’에 편입되는 게 급선무이다.
남한도 개선할 여지가 남아 있다. 과거 수십년간 민주주의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지만 뿌리깊은 지역주의, 인치(人治), 정쟁(政爭), 관료사회의 부패, 경제계의 지나친 국가주의 등은 시정돼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면서 신 경제질서가 형성되면 남한은 북한에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남북한체제 차이가 더 분명해지더라도 대화와 협력, 북한의 붕괴를 억지하는 능력은 확대될 수 있다. 강대국들도 개별, 또는 집단적으로 북한의 새로운 노선과 남한의 개혁을 지원하면서 이같은 추세를 진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남북관계는 근본적으로 당사자가 직접 풀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서도 마찬가지이다.
로버트 스칼라피노 미 UC 버클리대 명예교수
1919년 미국 캔자스주 출생
1948년 하버드대 정치학박사
1949-90년 UC 버클리대 교수, 이후 명예교수
1978년 동아시아연구소 설립, 90년까지 소장역임
북한 4차례 방문(89,91,92,95년)
미정부 롭슨연구소 명예교수, 미 학술원 회원(1992년-)
아시아 정치와 미 대아시아정책에 대한 논문 500여편 발표. ‘한국의 공산주의’등 저서 3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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