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연내 가입이 확실해 지면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넘보고 있지만 이미 진출한 기업들은 범람하는 ‘해적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최신호(6월 5일자)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유통되는 위조품에는 ‘타이드’세제 부터 ‘야마하’ 오토바이 까지 유명브랜드 대부분이 망라돼 있다. 가짜 ‘말보로’담배는 물론 ‘버드와이저’상표를 붙인 640㎖짜리 맥주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외국산 브랜드의 30%는 해적판이라는 게 외국 제조업체들의 추산이다.
이들 위조품은 중국 기술이 진전되면서 진짜와 거의 구별이 안될 정도로 정교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위조방지를 위해 ‘윈도 NT’소프트웨어 정품에 홀로그램을 부착했으나 위조업자들이 이마저 모방하는 바람에 손을 들고 말았다.
자사 버터의 25%가 불법유통되고 있다는 베스트푸드의 중국책임자 조셉 존슨은 “가짜 상품 유통을 막기위해 수백만달러를 들이고 있으나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록터 앤 갬블(P&G)을 비롯한 일부 다국적기업들은 위조품으로 매출이 크게 줄어 들자 중국 투자계획 자체를 재검토하고 있다.
중국내 위조업자가 수만명에 달하는데다, 국영공장이나 합작법인까지 유휴시설을 활용해 위조품을 만들어 내면서 외국기업들의 몸사림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새 모델 출시후 4개월이면 모조품이 나오는 야마하 오토바이측은 현지 합작법인이 중국 제조업체에게 자사 기술을 팔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국 88개 업체들이 2,300달러짜리 125㏄오토바이의 제조기술을 모방해 이 제품을 1,45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는 게 야마하측 주장. 이 회사는 복제품 11만대가 1998년 한해동안 미국 유럽 남미 등으로 수출됐으며, 이 숫자는 지난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질레트사도 최근 중국에서 위조된 뒤 스페인과 말레이시아로 수출되던 100만개의 가짜 듀라셀건전지를 적발해 냈다.
위조업자들은 중국에서 만들어 진 위조품을 러시아 등 제3국에서 포장하는 방식을 이용, 각국 세관의 감시를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점증하는 인터넷 상거래 역시 위조품 업체들의 매출을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기업들은 WTO가 중국 위조품 차단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정부도 WTO 가입을 계기로 특허권 및 상표권 보호에 관한 WTO 협정과 관련 국제협약 등을 준수하겠다고 천명했지만 회의론이 더 많다.
지방정부의 경우 불법복제물이든 정품이든 지방세수나 고용만 늘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해 단속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1996년 미국과 불법복제품 문제로 무역전쟁 직전까지 갔던 중국은 WTO 회원국 전체와의 힘겨운 싸움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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