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상수원인 충주호가 무분별한 온천개발로 중병을 앓고 있다. 온천지구 면적만 280여만평에 달하는 충주호변 온천개발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하루에 무려 3만6,000여톤의 오수가 충주호로 쏟아져 들어가게 된다. 환경전문가들은 “이렇게 되면 지금도 여름철이면 녹조현상에 시달리는 충주호의 수질보호는 아예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월악산 자락의 충북 단양군 대강면 남조리 앞 남조천은 ‘온천개발붐’의 가장 큰 피해자다. 마을에 조그만 온천 시욕장(示浴場)이 들어서 5년여간 운영된 결과는 너무나 끔찍했다. 갈겨니 등 1급 청정수에서 노닐던 물고기들은 씨가 말랐고 시욕장에서 흘러나온 때물로 하천 곳곳은 검은 이끼로 가득차 있다. 이 물은 아래쪽 죽령천과 만나 남한강을 거쳐 곧바로 충주호로 유입된다.
1994년부터 영업해 온 이 시욕장은 단양온천개발㈜이 이 일대 23만여평에 온천휴양지를 개발키로 하고 우선 개장했으나, 민간업자간 다툼으로 지난해 10월 영업이 일단 중단됐다. 그러나 단양군은 최근 예정대로 이곳에 콘도와 관광호텔, 온천장이 들어선 대규모 위락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민간업자를 물색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이곳에서만 하루 5,000톤의 오폐수가 발생한다. 이장 김운배(金雲培·45)씨는 “수십톤의 오수에도 하천이 사천(死川)으로 변했다”며 “개발이 진행되면 결과는 불보듯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단양군만이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도 IMF이후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아래 온천개발에 혈안이 돼있다. 충주 지역에만 현재 온천개발 예정지는 살미면 문강리의 문강지구(75만평)를 비롯해 앙성면의 능암(7만평), 충온(9만평), 돈산(34만평), 중원(11만평) 등 5개 지구에 달한다. 이 지역은 각 지구마다 1∼3곳의 온천탕이 건설돼 영업중이고 지구별 개발계획도 거의 확정된 상태다.
제천에는 수산면의 제천온천(53만평)과 한수면 월악온천(41만평)등 두 곳이 있다. 제천시는 월악의 경우 국립공원 지역내에 위치, 사업추진이 당분간 어렵다고 보고 우선 제천온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남한강 최상류인 강원과 경북 지역에서도 온천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다. 강원 영월군은 동강과 직선거리 1㎞에 불과한 영월읍 삼옥리에 호텔과 오락시설, 온천탕을 갖춘 영월온천휴양지(17만평)를 하반기중 착공할 예정이다.
속리산 턱밑의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운흥리 일대 지주조합이 추진중인 문장대온천(28만평)도 ‘진행형’이다. 하류인 충북 괴산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산허리를 마구깎아 내린 채 일단 공사는 중단됐지만, 지주조합은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충주대 조용진(趙容璡·환경공학과)교수는 “충북도는 충주호를 호반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해 제천 교리 등 26개 지구의 휴양지 개발을 계획해 놓고 있다”며 “이들 휴양지의 오염부하량이 워낙 많아 남한강 수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쳐 결국 수도권 상수원을 크게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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