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되어 오해받기보다 돼지몰이가 되어 돼지들에게 이해되고 싶다”고은 시인은 계간 ‘시와 시학’ 여름호 권두언으로 도종환(46) 시인에게 편지를 썼다. 키에르케고로의 이 말을 인용한 고시인은 현재 우리 시단에 시인이 1만명 이상으로 넘쳐나고 밀림의 애꿎은 나무를 죽여버리면서 시집들이 쓰레기처럼 쏟아져 나오는 현실을 개탄하며, 진정한 시인의 역할을 ‘인간의 비인간화를 한사코 막아내는 비극적인 것’으로 규정했다.
아무튼 다른 이야기지만 이 도종환 시인과 김용택(52)시인, 교육현장에서 선생님으로 재직중인 두 교사시인이 각각 시집 아닌 산문집을 냈다.
도씨의 산문집 ‘모과’(샘터 발행)는 자연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글들을 모았다. 조개가 상처와 싸운 만큼의 크기가 바로 진주의 크기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 꽃은 지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이치가 바로 우리 삶의 이치와 같은 것이라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만릿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라는 함석헌 선생의 시구를 보며 “여기에 자신있는 대답을 못하니 어찌 제대로 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자책하는 그의 심정은 우리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씨의 산문집 ‘촌아 울지 마’(열림원 발행)는 그가 재직하고 있는 섬진강변 전북 임실군 마암분교 아이들의 생활, 그들의 희망을 기록한 이야기다. 누구나 장래를 약속한 사이로 인정해주는 1학년 창우와 다희, 이 학교 1학년은 그들이 전부이다. 이들과 3명의 6학년 형님, 누나들 등 몇 명 되지 않는 산골마을 코흘리개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한 기록이다. 30년 가까이 이들과 함께 해 온 김씨는 “아이들과의 생활은 꼭 연애하는 일과 비슷하다”며 “아이들이야말로 내 인생의 아름다운 스승”이라고 말한다. 책에 실린 사진작가 이강빈씨의 80여컷의 사진이 김씨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을 더욱 생생하게 한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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