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아반떼 XD‘리틀 그랜저?’
아반떼XD를 보는 사람마다 첫 마디가 “그랜저XG와 닮았네”다.
현대자동차 개발팀은 “최근 세계 자동차의 흐름인 ‘엣지(Edge)스타일’과 클래식한 분위기를 살리다 보니 그랜저XG와 닮은 형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엣지스타일이란 차 보닛과 전후면 굴곡을 강한 선으로 처리하는 것. 유행을 따른 것 같지만 ‘현대차는 닮은꼴’ 이라는 인상을 줄 우려도 있다.
시동을 걸어보았다. ‘브릉’하는 엔진 소음이 종전 아반떼보다 훨씬 줄었다. 공회전을 강하게 해보아도 소음이 예전보다 많이 개선됐음을 느낄 수 있다. 실내도 훨씬 커진 느낌. 길이는 60㎜, 폭은 15㎜, 높이는 30㎜가량이 늘어났다.
자유로를 시승코스로 택했다. 1.5디럭스는 힘이 남아돌 정도는 아니지만 가감속 반응이 매우 빨랐다. 최고출력을 내는 5,800~6,000rpm 사이를 유지하며 기어 변속을 해봤다. 속도계는 1단에서 시속 65㎞, 2단 97㎞, 3단 135㎞까지 거침없이 올라갔다. 최고속도는 시속 190㎞.
아반떼XD의 진짜 매력은 속도감보다는 달라진 하체에 있는 것 같다. 서스펜션은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불규칙한 노면에서 적절한 충격흡수력을 보여줬다. 유럽차 수준은 아니더라도 이전의 준중형차들처럼 요동치는 현상은 거의 느낄 수 없다. 또 다른 종류인 아반떼XD 2.0골드는 가속반응과 출력이 월등히 뛰어났다.
소음차단 장치를 많이 사용해서인지 실내로 숨어들어오는 엔진소리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정지했을 때는 엔진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아 몇번이고 키를 다시 돌리게 되지만 고속주행 때의 폭발음과 윈드 노이즈는 고민거리.
아반떼XD를 구입할 경우 색깔에 신경을 쓰는게 좋을 것 같다. 군청색 등 짙은 색상은 독특한 엣지스타일의 라인이 드러나지 않는다. 은색이나 흰색 진녹색이 더 신선한 이미지를 주고 선도 살아있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 대우 라노스 Ⅱ
내 마음대로 되는 차?
타보지 않고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라노스 Ⅱ의 앞모습을 힐끗 보고는 “별로 달라진게 없네 뭐”라며 시큰둥해하던 친구도 가속력과 코너링 저소음 등 주행 성능을 경험하고선 “역시 완벽한 튜닝(개조·조율)이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라노스 Ⅱ 의 뒷모습은 새로운 스타일을 뽐낸다. 소뿔 모양에 4개의 미등을 단 테일램프는 주고객층인 젊은층의 스포티한 욕구를 충족시킨다. 매그너스처럼 트렁크에서 꺾어 내린 직선은 강력한 느낌을 풍긴다. 차체를 타고 흘러내리는 심플한 곡선은 한층 단아해졌다.
라노스 변신의 진면목은 주행성능. 달려보면 가속력과 부드러운 핸들링이 발끝과 손끝에 전달된다. 운전중 소음은 경쟁차에 비해 월등히 적었다. 시속 120-130㎞의 고속주행에서 엔진회전수가 3,000rpm안팎에 머무르고 실내로 전달되는 윈드노이즈(바람소리)와 엔진소음이 리오나 베르나 등 다른 소형차에 비해 낮아 정숙하다는 느낌이다. 커브길을 돌 때 쏠림이나 흔들림도 기존 라노스보다 적다. 자동변속장치의 변속충격이 적어 속도를 내도 부드럽게 질주하는 것은 대우차의 최대 강점. 소형차에는 다소 과분한듯한 고광도 프로젝션 안개등은 안개 길 주행 등 악천후때 꽤 도움이 된다.
금속 재질의 메날 톤의 운전석 대시보드도 많이 달라졌다. 실내가 전체적으로 세련됐지만 에어백을 장착하지 않았을 때의 핸들 모양은 ‘홀쭉이’로 좀 세련되지 못하다. 계기판도 다소 작아 불편하다.
실내의 앞뒤 넓이는 경쟁 소형차보다 넓지만 운전석과 조수석등 앞좌석 실내 폭은 경쟁차들보다 다소 좁은 편. 좌석 시트 조절장치의 철제 손잡이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등 마무리가 미흡하다. 브래이크가 부드럽지 목하고 급가속 때 ‘웅’하고 터져나오는 소리는 여전하다. 그래도 젊은이들을 위한 저렴한 소형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두빛 라노스 Ⅱ는 연인처럼 귀엽고 예쁘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 기아 스펙트라
지난해 세피아 후속 개발모델을 살짝 훔쳐보았을 때만 해도 다소 진부한 디자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막상 천막을 걷어낸 스펙트라는 전혀 새로운 모습이었다. 전체적인 디자인이 파격적으로 변해있었다. 모델경합을 통해 다시 결정됐다는 새 스타일에는 무언가 꿈틀대는 듯한 박진감이 넘쳤다.
전체적인 바디 라인의 곡선은 물론이고, 온화한 느낌을 주는 앞모습과 날카롭고 강한 인상을 주는 뒤 리어램프는 독특한 멋을 풍긴다. 범퍼와 트렁크의 선도 갈끔하게 처리됐다.
원시적 ‘빛의 근원’을 쫓아가는 날렵한 한마리 표범처럼 바뀌었다. 보닛과 트렁크 바퀴에 붙은 파란색 엠블램은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보탠다.
스펙트라의 외모가 박진감이 있다면 실내와 성능은 섬세하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내리 달리는 동안 스펙트라는 ‘잘 나가는 차’라는 세피아의 기존 명성에 손색이 없었다.
코너링과 급가속 추월에 ‘기민하게’움직인다. 핸들링은 부드럽고 속도를 높여도 ‘가라앉는’ 느낌이 강해 안정감이 있다. 차체에 비해 출력이 높은 만큼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몸에 착 달라붙는 차’라는 인상을 가질만 하다.
연비도 만족스럽다. ℓ당 16㎞인 정속주행 공식연비는 차치하고라도 1.5DOHC엔진에 자동변속장치 시승차의 출퇴근길 일반주행 연비가 11-13㎞는 족히 됐다. 다른 경쟁 준중형차와 비교하면 놀랄만큼 높다.
넓은 실내와 다양한 수납공간에다 앞뒤 좌석 팔걸이, 고급 오디오, 열선내장 시트와 사이드 미러는 고급 중형차에 가깝다.
뒷좌석이 접혀 실내에서도 트렁크의 물품을 꺼낼 수 있고 전원을 켜놓고 주차했을 때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돼 방전을 방지하는 베터리 세이버와 키를 뽑고도 30초 동안 창문을 여닫을 수 있는 파워 윈도우 전원 일시 유지기능 등도 독특하다.
하지만 앞문과 대시보드 접합부근의 틈새가 넓고, 이음새도 약간 마무리가 덜 된 듯하다. 실내장치 재질도 바꿨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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