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 "대대적 저항운동", 국제 고립 위기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이 야당후보와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28일 대선 결선투표를 강행, 국민적 저항과 국제적 고립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페루 선관위는 야당의 알레한드로 톨레도 후보가 선거 불참의사를 밝히고 연일 투표연기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전 전국적으로 일제히 결선투표를 실시, 단독 출마한 후지모리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적이다.
최근 세차례 여론조사에서 후지모리는 톨레도보다 8-10% 정도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임을 주장하면서도 결선투표 불참의사를 밝힌 톨레도의 양면성에 유권자들이 혼란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차투표에서 후지모리는 40.2%를 얻은 톨레도보다 9% 많은 49.9%의 지지를 얻었으나 선거부정의혹과 과반수 미달로 결선투표를 실시하게 됐다.
그러나 야당의 톨레도 후보는 “후지모리 대통령이 결선투표 연기를 거부한 것은 페루 민주주의의 죽음을 공표한 것”이라면서 투표일인 28일 오후 수도 리마 중심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저항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혀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톨레도는 “페루의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한 저항운동은 비폭력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폭력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보장할 수 없다”면서 후지모리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톨레도는 유권자들에게 기권하거나 투표를 하더라도 투표용지에 ‘선거부정은 이제 그만’이라는 글을 써놓고 나올 것을 당부했다.
국제적 압력도 고조되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6일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는 민주사회의 기초라면서 “선거가 공정치 못하면 미국과 폐루의 관계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미주기구(OAS)는 개표집계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오류 수정을 위해 10일가량의 투표연기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선거감시단 철수와 결선투표 결과를 불인정을 선언했다. 유럽연합(EU)도 27일 “톨레도의 불참으로 선거에 민주적 경쟁의 요소가 없어졌다”면서 선거참관단 철수를 발표했다.
정치분석가들은 3선 연임을 위해 무리수를 둔 후지모리의 당선이 확정될 경우 정권의 정통성 시비가 제기돼 정국 불안이 장기화하고,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제재가 가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후지모리는 지난 1992년에도 법원을 페쇄하고 의회를 해산하는 등 친위쿠데타를 감행,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으나 총선 실시로 반대 여론을 무마하고 1995년에 재선에 성공했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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