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맘따라 늘었다- 줄었다-공모가격이 4만원짜리인 주식의 적정가가 2만부터 11만5,000원까지 천차만별이라면 누구말을 믿어야 할까.
최근 국내외 할 것 없이 증권사마다 같은 종목에 대해 각양각색의 적정가가 제시되고 있다. “적정가가 얼마니까 사라, 팔라”는식의 제각각 분석자료에 투자자들은 당황스럽다.
특히 인터넷 관련 기업의 경우 적정가격이 5배이상 차이나거나, 주가가 적정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경우도 많아 과연 증권사가 제시하는 적정가가 믿을 만한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증권사 제시 적정가격은 고무줄
다음달 13일 등록을 앞두고 있는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이 대표적. 공모가가 4만원인 옥션의 경우 유럽계 드레스드너증권이 11만5,000원, 대우 8만5,000원, 삼성 7만5,000원, 대한투신 2만3,000원을 각각 제시했다.
드레스드너와 대투의 적정가는 5배가 차이난다. 7만원 이상을 제시한 증권사는 시장점유율 80%의 높은 진입장벽, 경매수수료 수익이라는 확실한 수익모델, 향후 3년간 매년 282%씩의 매출증가율 등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대투는 진입장벽은 인정되지만 2001년까지 영업이익이 적자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옥션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표주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현대(42만원) 대우(44만원) LG(52만원) 메릴린치·쟈딘플레밍(70만원) 등으로 많게는 28만원(주가대비 100%)의 차이가 난다.
SK텔레콤도 모건스탠리(54만원) 현대(51만원) 대우(40만8,000원) 워버그(40만원) 등이 차이가 큰 적정가를 제시하고 있다. 코스닥 기업은 더욱 심해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골드만삭스의 경우 10만원, ING베어링 17만원 등이며, 한통프리텔은 현대 12만원, 대우 6만4,000원 등으로 두배이상 차이가 있다.
■적정가 어떻게 산출되나
적정가가 고무줄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애널리스트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것이기 때문. 적정가 산정방법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매출액비율(PSR) EV/EBITA 중 어떤 지표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세가지로 나뉘지만 PER(주가/주당순이익(EPS))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며, PSR은 주로 인터넷기업, EV/EBITA는 주로 장비업체 등에 이용된다.
PER를 이용하는 방법의 경우 예를들어 예상 주당순이익이 1,000원이고 적절한 PER가 30배로 나왔다면 적정가는 3만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PER를 몇배로 할 것이냐는 애널리스트 마음이라는 것. 한 애널리스트는 “적정가가 다른 것은 적정가 계산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지만, 계산방식 선택은 애널리스트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즉 동일한 데이터를 놓고도 어떤 데이터에 가중치를 두느냐는 전적으로 분석자 판단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당 대주주의 이미지가 나쁘다고 판단되면 수익성에 높은 점수를 주더라도 프리미엄을 낮게 얹으면 적정가는 낮아지게 마련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상식외의 적정가를 산정한 사람도 근거를 대라면 A4지 20장은 내놓을 수 있고 이에 대한 허점을 잡아내는 것은 힘들다”며 “판단만 서면 계산상 로직(논리)은 적절히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적정주가는 기업이익의 질, 해당 산업의 성장성, 시장의 환경, 업계내 경쟁력, 수익모델의 독특성 여부, 기업의 이미지 등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판단의 문제이며 적정가의 적정성은 시장에 의해 판단되는 셈이다.
■적정가 감정법
일반 투자자들이 적정가 산출근거자료를 보더라도 산출과정이 워낙 복잡하기때문에 옮고 그름을 판단하기 힘들며, 더욱이 로직 자체에서 문제를 찾기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일단 너무 고평가한 것과 너무 저평가한 것은 버리고 평균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시장이 지금처럼 약세장일 때는 적정가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성장성에 높은 가중치를 주었는지, 아니면 실적에 더 높은 가중치를 주었는지 자료마다 특징을 잘 확인하고 장세에 따라 적절히 취사선택해야 한다. 또 적정가를 상향조정하거나 하향조정할 때 수익성호전에 대한 근거나 시장변동이 크게 없는데도
단지 주가 움직임에 맞춰 적정가가 올리는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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