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현대에 특단의 자구계획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정몽헌(鄭夢憲)현대회장이 27일 돌연 일본으로 출국,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28일 현대에 따르면 정회장은 김윤규(金潤圭)현대건설 사장과 함께 27일 오전 미국 유나이티드에어(UA)편으로 일본 도쿄(東京)로 출국했다. 이들은 30일께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관계자는 정회장의 출국과 관련, “오래전부터 현대건설의 해외사업과 관련, 일본 금융기관들과 포괄적인 외자유치 협의를 해왔으며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출국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현대건설이 직면해 있는 자금난 해결 방안의 하나로 일본 게이단렌(經團連)관계자들과 만나기 위해 출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정회장의 출국에는 정부의 강도높은 압박에 대한 항의도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헌 회장으로서는 애지중지하고 있는 현대전자 또는 현대상선을 매각해야 한다는 채권단의 요구를 접하고 도저히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선언의 표시로 출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윤규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현대건설의 일시적인 자금문제를 놓고 정부가 마치 그룹 전체에 위기가 닥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 고위경영진 사이에서는 “정부가 이번 현대건설 자금난을 해결해주는 반대급부로 그룹을 조기 분할하고 핵심경영진을 교체, 재벌해체의 본보기로 삼으려 한다”는 강경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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