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5·31 전당대회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선 레이스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불공정 시비가 쉼없이 터져 나오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돈 선거’ 소문까지 일고 있다. 이같은 혼탁상은 종반으로 갈수록 더 심해질 것으로 보여 경선후 당내 후유증이 예상된다.당 선관위는 이미 세차례나 각 후보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대의원 접촉 과정에서 식사 접대는 물론이고 기백만원 단위의 돈이 오간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돈 선거 조짐은 부총재 경선쪽에서 확연하다. 14명이 출마해 혼전 중인 만큼 표 싸움이 총재 경선보다 훨씬 치열한 까닭이다.
후보들은 권역별 연설회가 없어 일일이 지구당을 돌아다니며 대의원을 만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돈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서울의 한 고급음식점을 보름 이상 예약해 놓고 대의원들에게 접대를 하는 후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는 “지구당위원장에게 수백만원을 건네는가 하면 대의원을 호별 방문, 선물 공세를 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고 했고 또 다른 후보는 “점심 또는 저녁을 사는 ‘성의’의 차원을 넘어 돈 잔치가 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노골적으로 손을 벌리기도 한다. 실제 지난주 있었던 미래연대의 후보 간담회에서는 몇몇 대의원들이 후보에게 ‘표값’을 요구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총재 경선에서는 금품 제공 소문이 덜한 대신 불공정 운동 시비가 거세게 일고 있다. 비주류 후보들은 이회창 후보의 전국 순회 간담회를 겨냥해 “총재 프리미엄을 이용해 노골적으로 대의원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며 “당내에는 이미 민주주의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후보측은 간담회 참석 대의원과 일대일로 사진을 찍는 이벤트를 중단키로 했지만 비주류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덕룡 후보는 28일 “대의원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경선을 치러야 할 형편”이라며 “권역별 합동 연설회를 허용치 않은 것은 명백한 불공정 선거”라고 몰아쳤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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