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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카오스의 아이들](7) 美 등교 총기검사 '일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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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카오스의 아이들](7) 美 등교 총기검사 '일상사'

입력
2000.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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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29일 상오 10시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시 부엘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컴퓨터 교실로 가려고 복도에 나간 동안 소년은 케일라 롤랜드(6·여)를 포함한 몇 아이와 교실에 남았다. 그날 케일라는 블루진과 꽃무늬 셔츠, 분홍색 부츠 차림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자주색 리본으로 묶고 등교했다. 담임교사 앨리샤 저드가 교실에서 나가자 소년은 총을 꺼내 전날 말다툼한 케일라에게 총구를 갖다 댔다. 소년은 “난 네가 싫어 ”라고 말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총탄은 케일라의 심장을 관통했다.소년은 총을 책상 속에 넣고 복도로 뛰어나갔다. 학교 관리인들이 바로 소년을 붙잡았다. 코카인 매매 및 강도죄로 복역 중인 소년의 아버지 데드릭 오언스는 초등학교에서 총기사건이 발생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아들짓임을 직감했다. ‘아들의 과격 성향’ 때문이다. 소년은 잦은 싸움으로 3차례나 정학처분을 받았고, 폭력영화나 TV를 즐겨봤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총기의 나라 미국국민도 초등학교 1학년인 6살 아이의 교내 총기폭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즉각 총기규제 문제가 대두됐다. 어머니들이 앞장섰다. 5월 14일 어머니날 100만 어머니들이 전국에서 동시에 행진에 나섰다. 클린턴대통령도 이 행진을 지지 참가했다.

3월 워싱턴에서 세계카운슬러 회의가 열렸을 때 참석자들은 미국 1318세대의 가장 큰 문제가 ‘학교가지 않는 아이들의 증가’와 더불어 교내 안전문제를 꼽았다. 그러나 미 법무부 하이디 샤(범죄예방 프로그램전문위원)박사는 “교내 총기폭력 사건은 줄고 있다. 하지만 매스콤의 확대보도로 학부모들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USA투데이 4월 17일자 1면 보도에 따르면 경찰과 국립학교안전센터의 통계는 미국의 청소년 범죄가 감소한 것을 보여준다. 교내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학생수는 92∼93년도 55명에서 98∼99년도 26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지금도 매일 13명의 학생이 총기를 교내에 가져와 처벌되고 있으며, 매년 100만건 이상의 폭력이 교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시간주 학교사회사업가 캐트린 해릭(56)은 “칼럼바인고교 총기난사 사건과 6살의 케일라 롤랜드 총기살해사건은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학교는 사회보다 안전한 곳이다. 칼럼바인 사건 이후 미국의 각 교육구는 교내안전을 위협하는 발언이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칼이나 총기를 숨겨서 학교에 가지고 오면 1년 정학조치를 받는다. 학부모에게도 총에 잠금장치를 하고, 아이들이 총기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엄중히 관리하도록 수시로 당부하고 있다.

미국에서 개인이 소유한 총기는 2억정이다. 인구 1억5,000만명이 1인당 1.3정을 갖고 있는 셈이다. 총기사고로 희생되는 인명은 한해 평균 3만5,000명. 미국 헌법은 역사배경에 따라 총기소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했다. “총기를 소지하는 국민의 권리는 결코 침해받아서는 안된다.” 이 조항으로 인해 미국사회에서는 총기 소유권과 규제권을 놓고 끝없는 공방이 계속 되고 있다.

그러나 이 헌법조문을 고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연방 상하원 3분의 2가 동의하고, 50개 주의회 중 4분의 3이 지지해야 한다. 통과된다 하더라도 대법원이 위헌으로 판결하면 무효다.

레이건대통령이 저격됐을 때의 일이다. 경찰에 5일 간 유예기간을 줘 총기구입 예정자의 신원을 조사하자는 규제법안이 연방의회에서 통과됐지만 대법원 위헌판결로 무산됐다. 더구나 배우 찰턴 헤스턴이 회장인 전국총기협회(NRA)가 강력한 로비를 펼쳐 규제법 제안조차 쉽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총기사건이 학교 내까지 확산되자 미국사회에 경종이 울렸다. 그 계기가 콜로라도 칼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이다. 다음은 올해와 작년에 벌어진 주요 사건들이다. ▲미시간, 6세 소년이 교실에서 급우 사살(2000년 2월 29일) ▲뉴저지, 무장 학생들의 교사 인질극(2000년 2월 11일) ▲오클라호마, 13세 소년이 반자동 소총 난사, 4명 부상(1999년 12월 6일) ▲오하이오, 총기와 폭발물로 학교 습격하려는 음모 발각(1999년 11월 1일) ▲조지아, 15세

소년이 급우들을 총격, 6명 부상(1999년 5월 20일) ▲콜로라도, 두 학생이 칼럼바인 고교에서 1시간동안 총격, 15명 사망, 23명 부상(1999년 4월 20일)

칼럼바인 사건 1주년을 맞아 미국 언론은 전국 학교 안전문제를 점검하는 특집들은 내보냈다. LA 타임스는 4월22일자에 8페이지에 걸쳐 특집을 내보냈다. 클린턴 대통령도 4월 학교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재정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고, 백악관에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초청해서 교내안전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다.

최근 미국 학교의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많은 학생들이 총격사건이 일어나면 대응할 수칙을 마련해놓고 있으며 교사들은 문제학생의 행동을 주시하고 비상시 대처 훈련을 받고 있다. 또 여러 학교들이 금속탐지기와 경찰견을 동원해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검색하고 있고, 중고교에 경찰이 상주하면서 직원과 함께 수시로 총기 소지여부를 금속탐지기로 검사하고 있다.

USA투데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들의 43%가 자녀가 학교에서 안전하지 못하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63%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칼럼바인과 같은 총격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또 그 사건을 계기로 학부모의 80%가 자녀에게 인기없는 학생들을 놀리지 말라고 가르쳤고, 57%가 학교의 안전을 문의했다고 답변했다. 또 44%는 자녀의 활동을 더 면밀히 감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LA교육구의 경우 90년대 초부터 교내안전에 신경을 써왔다. 지난해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행동중개특별조사단(BITF)을 발족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4월11일에는 LA시 교육위원회에서 문제아를 미리 파악해서 조기교육을 시키는 예방 프로그램을 채택했다. 첫해 예산 1,290만달러(142억원)가 책정된 이 프로그램은 ‘문제아를 보조하는 한편 급우가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언제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 지 교육’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LA교육구내에 3개 학생가족보조센터(SFAC)를 설립, 보다 집중적인 감독이 필요한 케이스를 다루도록 할 방침이다.

미시간주립대 존 해릭(57·사회사업대학원 부원장)교수는 “미국에서 총기 규제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지만 점차 규제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미국인의 심리에선 총기가 자신을 보호해주는 신의 역할을 할 수가 있다. 미국의 총기문화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최성자 편집위원

sjchoi@hk.co.kr

■“이 비극이 언제나 끝날 건가요. 이제 끝났다 싶으면 또 일어나는군요”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 칼럼바인고교에서 2명의 학생이 13명을 살해하고 자살한 총기난동 사건 발생 1년여 후인 지난 5월초. 이 사건을 목격한 반 친구 그레스 반스가 자살했다. 그 소식을 듣고 같은 학교 2학년생 제이미 콘웰이 절규한 이 말에는 총기폭력의 비극 앞에 무력한 인간의 고통이 배어나고 있다.

지금 미국은‘총으로부터 미국을 구하자’는 슬로건 아래 전국이 들끓고 있다. 5월 중순 워싱턴 D.C.에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100만명 어머니들의 행진’이 있었다. 2000년 미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 ‘엘 고어’와 공화당 후보 ‘조지 W. 부시’간에는 ‘총기 규제’와 ‘총기 소지권’을 놓고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총기문제가 투표의 향방을 결정짓는 이슈가 될지 모른다.

미국의 총기폭력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우리는 총기소지가 법으로 규제되기 때문에 총기 사건이 흔치 않다. 하지만 우리의 가정, 학교, 사회에서는 여러 형태의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안전지대라는 학교 안에서도 폭력문제에 마음놓을 수 없는 실정이다. 주먹, 칼, 흉기 등에 총기만 더해지면 우리 사정도 미국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폭력의 이면에는 분노, 미움, 적개심 그리고 증오의 감정이 도사리고 있다. 순간적으로 촉발된 분노가, 그리고 오랜 동안 쌓여온 분노가 상대에게 또는 전혀 무관한 엉뚱한 대상에게 터지고 있다.

폭력 행위 때문에 상담실에 억지로 온 청소년들과 말을 나누면 곧 부모와 교사 등 어른들을 향한 분노가 드러난다. 그들의 적개심은 부당한 대우와 이로 인한 상처 속에서 싹터 온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러한 분노를 어른들이 알지 못하고, 설혹 알더라도 무시하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 앞 세대의 치유되지 않은 분노가 대물림되는 현상이다.

총기규제가 우선이냐 아니면 방어를 위한 총기소지권이 우선이냐 하는 논쟁을 우리도 시작할지 모른다. 총이 없어지는 유토피아가 오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외국의 사태를 면밀히 분석해서 대처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박지원 문광부장관은 최근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을 때 가정, 학교, 사회, 정부가 전천후 관심을 갖고 청소년을 이해하고 보호, 육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 실천이 정말 필요하다.

살아가면서 분노와 미움 그리고 적개심은 생기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폭력을 예방, 치유하도록 정서·사회 능력을 향상시키는 상담활동이 필요하다.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생활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하고, 폭력 예방을 위한 매스컴의 노력이 요구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 타산지석의 지혜를 발휘하는 순발력이 필요한 때다.

/김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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