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쿨 라이프’한 여성은 곪을 대로 곪은 가정과 나 자신의 절망을 꼭꼭 누르고 나와 남 사이에 벽을 쌓고 도도하게 타인을 내려다 본다. 또 한 여성은 순간의 잘못된 사랑의 선택 때문에 겪게된 불행을 인내하며 묵묵히 노동한다. 세상 누구도 겪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열 수 없었던 두 여성.
이들이 상대의 불행을 나의 불행으로 받아들이고 손을 내밀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가 ‘쿨 라이프(A Cooler Climate)’(12세 이상 가·CIC)이다.
감독 수잔 세이들만은 여성 영화를 연구하는 이들이 빠뜨리지 않는 대표적인 감독이다. 뉴욕 대학에서 영화학을 공부한 중산층 출신의 세이들만은 여성 감독으로는 보기 드물게 풍자 코미디에 능한 감독으로 꼽힌다. 국내에는 뉴저지에 살고있는 가정 주부와 뉴욕의 여성 록커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대표작 ‘마돈나의 수잔을 찾아서’(1985년), 인조 인간이 실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는 ‘싸이보그 유리시즈“(1987년), 갱 두목 아버지와 별난 딸의 사랑을 그린 ‘피터 포크의 마피아’(1989년), 예쁜 베스트 셀러 작가에게 남편을 빼앗긴 뚱보 아줌마의 복수극인 ‘메릴 스트립의 작은 악마’(1989년)가 출시되어 있다.
1998년 작인 ‘쿨 라이프’는 세이들만의 연출 목록에서는 다소 의외이다 싶은 정통 멜로물이다. 상반된 성격과 환경을 가진 두 여성이 우정을 맺기까지의 과정을 잔잔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존 세일즈의 ‘패션 피쉬’를 연상시킨다. 다른 점이라면 주변부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두 여성의 처지를 더욱 부각시키며, 밴쿠버에서 촬영한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티브스턴이라는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 내린 중년 여성 아이리스(샐리 필드)는 세련된 테니스복 차림의 폴라(주디 데이비스)의 마중을 받는다. 수영장이 있는 바닷가 저택에 혼자 살고 있는 폴라는 난생 처음 가정부 일을 하게 된 아이리스의 일거수 일투족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못마땅해한다.
묵묵히 일만 하던 아이리스는 폴라가 딸과 남편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배반 때문에 괴퍅해졌음을 알게되고, 연하 남자와의 사랑에 눈이 멀어 모든 것을 잃은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는다.
◆감상 포인트/중년 여성에게 더욱 와 닿을 여성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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