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권위 설립안은 사이비 NGO, 어용 NGO를 만들어 통제 하에 두려는 의도입니다.”(조용환·趙庸煥 변호사·41)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돼온 인권법 제정이 국가인권기구의 위상 및 권한 문제 때문에 3년째 표류하고 있다. 국가인권기구는 법제도와 정책에 대한 자문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 인권교육 등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로 선진국에선 인권 상황 개선의 ‘기관차’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우리 인권법안은 독립적 국가기구로서의 위상과 인권침해에 대한 실질적 조사권 등을 부여하지 않고 있으며, 인권단체들은 “희망이 실망으로, 분노로 변하고 있다”고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인권단체는 16대 국회의 개원과 함께 다시 인권법 처리문제를 놓고 격돌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위상 법무부는 인권 보장의 최종적 책임이 정부에 있는 만큼 인권법 제정 후 발족할 국가인권위는 정부기능을 보완하는 성격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권기구는 국가기구가 아닌 민간기구가 돼야 한다는 것. 법무부 관계자는 “인권단체측 의견을 반영, 기구의 성격을 당초 특수법인에서 비법인 민간기구로 수정했다”며 “하지만 국가기구화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지난해 작성한 수정안을 그대로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70여개의 민간단체로 이뤄진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는 “‘법무부로부터 예산을 받는 민간기구’라는 정부안대로라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대위 소속 곽노현(郭盧鉉·46·방송대 법대)교수는 “다른 국가기관들이 저지른 인권침해를 조사·구제하고, 인권에 관한 법과 제도, 정책을 개선하는 조직 성격상 독립적 국가기구만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한 법무부는 헌법상 압수수색이나 구속은 검사가 청구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 하기 때문에 인권기구에 수사권과 시정명령권을 줄 수 없고 ‘시정권고’만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시정권고만으로 인권침해를 막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법무부가 더 잘 알 것”이라는 반응이다. 조용환 변호사는 “조사권이 없는 인권기구는 껍데기”라며 “특히 수사기관들이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주는 것만 조사하라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15대 국회에서 인권법안 처리를 유보한 정치권은 최근 미묘한 태도변화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측은 “예산 인사 등 모든 부문에서 독립적 국가기구가 되어야 하고 재판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 대해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민주당측도 “지난해까지는 최대한 독립성을 보장한 민간기구로 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인권단체와 협의를 거쳐 새로운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송기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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