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황창규(黃昌圭·47) 대표이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주역이다.30년 가까이 반도체 외길을 걸어온 황대표는 94년 세계최초로 256메가D램을 개발하는 등 우리나라를 반도체 강국으로 끌어올린 선봉장이다. 그런 그가 올해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엔지니어로서가 아니라 경영자로서 제2의 반도체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황대표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74년 반도체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손톱만한 칩속에 구현되는 소우주에 반한 것이었다. 반도체에 매료된 그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매사추세츠대 박사, 스탠포드대 책임 연구원, 인텔사 자문 등으로 내공을 쌓았다.
당시 부동의 반도체 1위 국가였던 일본 기업들의 거만함에 오기가 생긴 그는 89년 ‘타도 일본’의 깃발을 들고 10년 가까운 미국 생활을 청산했다.
삼성반도체 DVC 개발담당으로 귀국한 그는 91년 256메가D램 개발책임을 맡았고, 3년째 되던 94년 세계최초로 256메가D램을 만들어냈다. 어느 누구도 믿기 힘든 쾌거였다. 황 대표는 “대학교 때 반도체를 처음 접한 뒤부터 1인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삼성반도체 연구소장으로 개발에만 몰두해왔던 그는 올초 대표이사가 됐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연간 매출 60억달러(약 7조원·99년기준)로 삼성그룹 최대 사업부이자, 우리나라에서도 최대 규모의 사업부로 꼽힌다.
거대 조직의 경영자가 된 그는 엔지니어 출신답게 철저한 기술차별화로 승부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촌각을 다투는 첨단기술 분야에선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격언이 딱 들어맞는다”며 “아무리 바빠도 시스템 관련 정보와 경쟁사 정보는 꼭 챙긴다”고 말했다.
닮고 싶은 경영인이 누구인지 묻자 황대표는 엔지니어로서 경영에서도 일가를 이룬 미국 인텔사 엔디 그로브 회장을 들었다. 한국의 엔디 그로브를 꿈꾸는 황대표는 현재 세계 4위인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를 세계 1위로 키운 뒤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나의 취미
테니스와 음악감상이다. 테니스는 서울공대 테니스 챔피언을 했을 정도로 젊었을 때부터 좋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너무 바빠 자주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음악은 고전음악을 두루 좋아한다. CD등 디지털 음향기기를 통해 듣는 음악보다는 LP판 등 아날로그로 듣는 것이 더 느낌이 좋다. 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골프는 핸디 10 정도로 꽤 즐기는 편이다.
약력
53년 부산 출생
72년 부산고 졸업
78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대학원 졸업(석사)
85년 미국 매사추세츠대 전기공학과 박사
87년 미국 인텔사 자문
91년 삼성반도체 이사
98년 삼성반도체 연구소장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대표이사 부사장
황창규 대표이사는 삼성전자의 메모리사업부를 세계 으뜸으로 키우고 싶다고 고 말했다.
/고영권기자
입력시간 2000/05/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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