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양영순●'누들누드' 성공딛고 누구나 즐길 작품추구
갓난아기를 가지고 천사들이 농구를 한다. 아기를 던져 롱패스를 하기도 하고 슛을 꽂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기는 잠을 자기도 하고 까르르 웃기도 하는 등 천진하기 이를 데 없다.
1999년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출시된 ‘누들누드’의 한 장면. 95년 ‘미스터블루’연재 당시에는 폭력적이라고 해서 삭제된 장면이었다. 늘상 ‘이런 것도 (감히) 만화로 그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양영순의 엉뚱한 상상력은 일상의 섬세한 관찰과 예민한 포착에서 나온다.
무인도에 불시착한 미녀가 나무를 성적으로 자극하여 그 열매를 받아 먹다 결국 너무 살이 쪄 더 이상 나무를 흥분시킬 수 없어 굶어 죽는 ‘다이어트’편은 사전을 찾다가 우연히 아이디어를 발견했다. ‘죽다’(die)와 ‘다이어트’(diet)는 ‘t’자 한자차이라는 데 착안한 것.
싸움을 앞두고 흥분하면 또 하나의 다리가 생겨나는 로보트 이야기도 그렇다. 일상에서 끄집어낸 실낱같은 성적 모티브를 전래동화를 패러디, 대담한 반전과 구성으로 한 편의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 버린 ‘유쾌한 성적 공상’, 사실 그는 박수동화백의 ‘고인돌’을 최고의 성인물로 꼽는다. “표현제약이 그토록 심했던 시대에 만들어진 ‘고인돌’이야말로 빛나는 작품이죠.”
정작 결혼 이후에는 성적 공상은 다소 시들해졌다. “실제 생활은 완전 딴판인 것 같아요, 현실이니까요. 솔직히 ‘누들누드’의 상상들은 미혼남자들이나 한번쯤 떠올렸을 법한 얘기들이지요” 이제는 일상사의 빛나는 재치에 더 주목할 생각이다.
그가 현재 전범으로 삼고 있는 작품은 김수정의 ‘둘리’. 스토리텔링이 탄탄하고 재치와 해학이 넘치며 남녀 노소 모두 즐겁게 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야말로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지 모르는 키치적인 ‘튀는 아이디어’보다 훨씬 더 가치있고 경쟁력 있다고 보고있다.
현재 인터넷사이트에 연재하는 ‘쿵다리맨’과 ‘사이캐치’는 모두 이런 맥락에서 그리고 있다.
“정말로 ‘만화같은’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그의 기발한 상상력이 어떤 소재로 얼마나 유쾌하게 엮어질지 기대된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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