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묻은 美軍 찾고싶어요"재미교포 유용수(67.로스앤젤레스 거주)씨가 49년전 자신의 손으로 묻었던 미군포로 유해를 찾기 위해 29일 한국을 방문한다.
유씨는 1951년 4월 강원도 철원고급중·고교 3학년때 북한인민군 학도병으로 징집돼 평양으로 가다 기차역에서 탈출, 총살령을 받았으나 담임선생 등의 호소로 총살을 면하고 포로수용소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유씨는 인민군 고사포를 맞고 추락한 미 공군 대위(조종사)와 함께 같은 방에 수용됐으나 이 미군 포로는 다른 수감자가 면회 후 가져온 미숫가루를 손바닥에 놓고 들이키다 질식사했으며 간수와 함께 그의 시신을 수용소 인근 ‘새우젓 고개’에 파묻었다.
그후 유씨는 한시도 이 미군 조종사를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씨는 “당시 이름을 들었으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그러나 미군포로는 군번표를 목에 걸고 있었으며 내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 죽었고 내 삽으로 땅을 파 묻었다”고 술회했다.
유씨는 “미국에 와 10년동안 사회보장혜택 등을 받으면서 나 혼자 편안히 살고있음을 생각할 때 어떻게 해서라도 미군의 시신을 찾아 유족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 98년 5월 남가주 미수복 강원도민회장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주한미군 당국에 시신을 묻었던 사실을 알리고 발굴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군당국은 오래전의 일로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유씨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유씨는 지난 19일 미 국방부로부터 하와이 유해발굴부대(CILHI)와 함께 29일부터 6월2일까지 미군유해발굴작업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미 국무부는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미국 여권이 없는 유씨에게 하루만에 여권을발급해줬다.
시작(詩作)으로 소일하고 있는 유씨는 “마치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것처럼 가슴이 떨린다”며 “이번 발굴작업으로 미군포로 유해를 꼭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